미국 IBM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고급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FORTRAN) 개발을 주도한 존 워너 바쿠스 IBM 명예연구원이 오리건주 애시랜드의 자택에서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20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고인이 지난 17일 생애를 마감했으며 노환 이외의 다른 지병은 없었다고 밝혔다.
1950년 IBM에 입사한 바쿠스는 초창기 컴퓨터를 동작시키기 위해 명령어와 자료를 모두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2진수 문자열로 바꿔 하나하나 입력하던 형식에 한계를 느끼고 회사의 승인을 얻어 1953년부터 ‘공식 번역기’(formula translator)라는 말의 합성어인 ‘포트란’ 언어 개발에 착수했다.
1957년 첫 선을 보인 이 언어는 스위치 조작과 다를 바 없었던 컴퓨터 이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자의 의사 반영을 훨씬 쉽게 만들었다.
또 사용자가 일상 영어에 가깝게 컴퓨터에 작업 지시를 하면 변환장치를 통해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한다는 개념을 실용화함으로써 이전의 ‘기계어’에 대비되는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의 효시가 됐다.
‘포트란’을 완성시키는 등의 공로로 지난달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컴퓨터협회(ACM)의 튜링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앨런은 컴퓨터 분야에 대한 바쿠스의 기여가 엄청난 것이었으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평했다.
바쿠스는 ‘포트란’이 선보인 지 20년 뒤인 1977년 전산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튜링상을 수상했다.
유닉스(UNIX) 운영체계의 공동 개발자 중 한 명인 켄 톰슨은 여러 해 전의 인터뷰에서 포트란이 없었다면 초창기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은 사람들 중 95%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쿠스는 또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문맥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내용을 표기할 수 있는 문법 체계 ‘바쿠스-나우르 표기법’(BNF)을 공동 창안했고 컴퓨터의 계산 체계를 쉽게 표현하기 위한 또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 ‘알골’ 개발에도 참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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