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텃새인 동고비가 사람으로 치면 외국어인 박새의 언어를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배워 이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이 다른 동물의 경고음에 반응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동고비는 여기서 더 나아가 박새의 소리를 듣고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경고음인지, 어떤 종류의 포식자가 근처에 다가왔는 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몬태나주립대의 에릭 그린 교수 등 연구진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박새가 다른 경고음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데 주목, 이들의 소리를 녹음해 반응을 조사하는 한편 몸 크기가 비슷하고 서식지가 겹치는 동고비의 반응도 함께 관찰했다.
박새는 매나 올빼미, 송골매 등 포식자를 보면 경고음을 내는데 이들이 하늘에 떠있을 때는 조용한 시-ㅅ 소리를 내지만 앉아있는 것을 보면 요란스럽게 치-카-디-디-디하고 지저귄다.
이때 끝 소리인 디를 10~15번 쯤 내는데 포식자의 종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고 때로는 다른 작은 새들을 불러들여 포식자를 떼로 공격하기도 한다. 박새들은 몸집이 크고 둔한 수리부엉이보다는 작고 날쌘 난쟁이 부엉이들이 등장할 때 더 큰 위험을 경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동고비도 경고음의 종류를 구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박새는 없고 동고비만 있는 나무 밑동에 스피커를 설치해 박새의 경고음을 들려준 결과 동고비가 각 경고음에 적합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고음이 들리자 동고비가 떼를 지어 날개를 퍼덕이면서 작은 맹금류를 경고하는 소리가 나는 스피커 주변을 맴돌았다.
작은 새들이 떼를 짓는 것은 일종의 방어 행동인데 그것이 상대를 죽이거나 해칠 정도는 못 되더라도 성가셔서 떠나게 할 정도는 된다.
연구진은 작은 새들의 떼 짓기는 어떤 포식자가 위험한 지를 가르치는 행동으로 보인다면서 동고비가 어떻게 박새의 경고음을 배웠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학습 된 행동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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