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100만달러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100만달러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데
애틀랜타에 사는 중년부인 르네 위시 여사(51)는 오매불망 꿈을 이뤘다. 밀리어네어(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일곱자리 숫자의 돈을 가지긴 했지만 위시는 자신이 갑부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한때 밀리어네어라는 말은 운전사를 둔 리무진을 타고 샤핑여행을 즐기고 멋진 요트를 타는 등 호화생활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저 평소 절약하고 돈 좀 번다는 평범한 이웃을 연상시킬 따름이다. 집값이 오른 덕분에 밀리어네어는 됐지만 자식들 학비걱정에 노부모 부양걱정에 자신의 은퇴이후 생활걱정에, 예전의 백만장자 같으면 신경도 안썼을 걱정들이 태산이다.
또 백만달러는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 같은 액수였지만 이제는 그게 언제 바닥날지 몰라 애지중지해야 한다는 약소한 돈이 돼버렸다. 위시 여사는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내가 이제 다리 뻗고 놀아도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상이 달라졌다. 100만달러의 가치가 확 떨어졌다. 순자산이 10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갑부티를 낼 만한 형편이 더이상 아니다. 수십년 전만 해도 손에 꼽히던 미국 내 백만장자는 이제 290만명을 헤아린다. 월스트릿저널 등 미 언론들은 이제 부자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만장자 가난뱅이들이 많이 때문이다.
왜? 물론, 인플레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연방국세청(IRS)에 따르면, 1957년에 100만달러로 살 수 있었던 재화를 요즘 구입하려면 무려 730만달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100만달러가 별볼일 없는 돈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천만장자도 1센트부터다. 100만달러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나머지 인생을 한결 기름지게 할 수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사업밑천으로서도 딱이다. AP통신은 100만달러가 비록 예전 같지 않지만 새로운 부와 여유를 빚어주는 “매우 좋은 황금알”이 될 것이라고 촌평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예전에는 “100만달러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었다”면 앞으로는 “100만달러도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100만달러는커녕 1만달러도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욕망을 거의 티끌 수준으로 줄여버리는 것이다. 방글라데시나 부탄 네팔 등 소위 세계최빈국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런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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