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의 두개골 모습을 새로 밝혀진 과학적 원리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해 본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190만년 전에 두뇌가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연구가 발표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뉴욕대학의 인류학자 티모시 브러미지 교수 등 연구진은 지난 1972년 케냐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 두개골 KNM-ER 1470을 토대로 얼굴 모습을 재현하자 현생 인류의 특징인 큰 두뇌와 굴곡이 적은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이런 특징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최소한 30년 뒤인 160만~100만년 전에나 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구는 국제 치과학연구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문제의 두개골은 저명한 고고인류학자 리처드 리키가 발굴한 것으로 처음엔 근 300만년 전 것으로 여겨졌는데 수백개의 조각을 이어 맞춘 모습은 당시 존재했던 인류 `호모 하빌리스’와는 딴판이고 오히려 현생 인류처럼 두뇌가 크고 얼굴 굴곡이 적은 것으로 드러나 학자들을 당혹시켰다.
리키는 초기 인류의 어떤 모습에도 들어맞지 않는 이 두개골을 놓고 고민한 끝에 결국 이 두개골의 연대를 190만년 전으로 수정하기까지 했으나 많은 학자들은 여전히 이것이 현생 인류와 훨씬 더 가깝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리키는 이것이 완전히 별개의 인류 종일 것이라고 추정했으나 다른 학자들은 이 두개골에 `호모 루돌펜시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것이 호모 하빌리스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러미지 교수 팀은 변형 캐스트와 컴퓨터 모델을 결합시킨 새로운 기술로 KNM-ER 1470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얼굴 모습을 재현했으며 두개골 발견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생물학적 원리를 적용했다.
코끼리든 생쥐든 인간이든 관계없이 모든 포유류의 눈과 귀, 입은 정확한 상관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이 원칙에 따르면 처음 재현된 이 두개골의 모습은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론은 포유류의 턱 끝 부분에 난 마지막 영구치로부터 귓구멍과 안와의 중심부로 연결하는 가상의 선을 그으면 약45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초로 재현된 두개골에서는 이 각도가 60~75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브러미지 교수는 생명체에 있을 수 없는 구조라면서 이런 모습이 되려면 턱이 두개골 뒤쪽에 위치하게 돼 기도나 식도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브러미지 교수는 호모 루돌펜시스의 턱은 종전 이론보다 훨씬 앞으로 튀어 나왔을 것이며 KNM-ER 1470의 두뇌 용량은 알려진 752㏄가 아니라 526㏄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런 연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로버트 마틴 박사는 `투르카나 소년’으로 알려진 16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두개골 용량도 900㏄나 됐었다면서 190만년 전 750㏄였던 인류의 두뇌가 160만년 전 900㏄로 늘어났다 해야 이치에 맞는다고 반박했다. 현생 인류의 두뇌 용량은 평균 1천300㏄ 정도이다.
브러미지 교수는 우리가 추정하는 KNM-ER 1470의 두뇌 용량이 확인된다 해도 이는 호모 하빌리스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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