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노스 애비뉴의 메릴랜드 한인회관 건물은 현재로는 위치적으로나 한인들의 밀집분포로 보나 현 한인회의 주장대로 분명 쓸모가 없다. 그 건물을 팔아서 좋은 장소에 쓸만한 건물을 구입하자는 이야기는 좋은 구상이다.
언젠가 버지니아 센터빌의 로렌스 파크에 간 적이 있다. 공원에 들어서서 비탈진 언덕으로 내려가면 주춧돌만 남아있는 약 300 스퀘어피트 정도 되는 잡초만 무성한 빈 집터가 있다. 그 집터 바깥쪽으로는 엉성한 판자로 만든 작은 건물이 허름하게 붙어 지어져 있었고, 그 건물 안으로는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냇물이 흘러들어가며 그곳에서 모인 물은 다시 작은 구멍을 통해 집터로 낙수하여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이 100여 년 전에 치즈를 만들었다는 집터라며 보존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아이스 하우스가 있었다는 곳은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춧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처음엔 건물을 찾으려는 생각으로 걸어갔다가 길에 있는 팻말을 보고서야 이해가 갔다. 거의 메워질 것 같은 극히 작은 구덩이인데 이곳이 옛날에 얼음을 저장했었다는 아이스 하우스라는 팻말을 볼 수 있다.
역사가 짧은 나라다. 그래서인지 흔적도 없는 것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지혜를 가진 나라인가 보다.
100년 정도의 아무 자취도 없는 빈터를 팻말로라도 보존하는 버지니아 주의 가치관을 보고 메릴랜드 한인회는 느끼는 게 없을까.
볼티모어에 있는 메릴랜드 한인회관은 지금은 가치 없는 애물단지로 변했지만 그때 그 시대에 여러 단체들, 그리고 뜻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합심하여 엮어낸 피와 땀의 결정체다. 그 건물에 대한 작은 역사적 가치를 폭넓은 마음으로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작금엔 책으로 이민사를 펴낸다고 야단들이다. 책으로 떠드는 것보다는 실존해있는 볼티모어 메릴랜드 한인회관을 역사관으로 인정해주고 영원히 우리들의 마음에 남아있게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경철 콜럼비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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