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또는 혈압을 측정해 보지 않아서 모르고 있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더 이상 고혈압이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걱정이 아니고, 젊을 때부터 주의해야 하는 성인병이 된 것입니다. 성인의 약 20~30%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혈압 환자가 되며 특히 노인들의 절반에서 고혈압이 나타날 정도로 흔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젊을 때는 저혈압이다가도 나이 들면서 고혈압으로 바뀌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혈액은 심장에서 펌프질되어 혈관을 통하여 온 몸으로 순환됩니다. 혈압이 너무 높으면 혈관이 터져 혈액이 혈관 밖으로 흘러나와 흔히 중풍(뇌졸중)과 같은 무서운 병이 됩니다. 혈압은 심장과 혈관 사이에 걸리는 압력이며 이 압력이 적당하면 혈액이 온 몸 구석구석에 잘 순환되고 전달되지만 만일 이 압력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질병이 됩니다. 혈압이 너무 높은 것을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혈관벽의 탄력성이 떨어져서 점점 높아집니다. 여러 가지 고혈압을 유발하는 원인, 즉 가족력, 짠 음식, 스트레스, 급한 성격, 비만, 음주와 흡연 등이 지속되면 혈액에 염분과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혈관벽에 염증을 유발하고 결국엔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 잘 늘어나지 않게 되는데, 좁아진 혈관을 통해 말초까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하여 심장은 보다 강한 힘으로 수축하므로 혈관의 압력이 상승하게 되며, 이에 대한 위험성을 감지한 인체는 스스로를 지키려는 항상성으로 인해 차츰 심장이 수축력도 작아져 방출하는 혈액량도 줄어들 게 됩니다. 따라서 인체 구석구석 혈액의 공급이 원활치 못하여 각 장기의 세포의 괴사가 초래되어 장기의 기능 또한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됩니다.
혈압을 측정하여 측정한 혈압이 기준치(140/90 mmHg)보다 높으면 고혈압으로 봅니다. 그러나 혈압은 변동이 있고 또 여러 원인으로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단 한 번의 측정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워 시차를 두고 여러 번 측정합니다. 고혈압은 대체로 콩팥의 기능이 나빠서 오는 신성고혈압, 호르몬 기능에 이상이 있어서 오는 내분비성 고혈압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으로 분류합니다. 신성 고혈압이나 내분비성 고혈압은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면 혈압은 자연 조절됩니다. 본태성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체질성 고혈압이라고도 하는데 고혈압환자의 90% 이상이 여기에 속하고 중풍으로 쓰러지는 사람의 대부분이 본태성 고혈압입니다.
한의학에서 고혈압의 원인은 외감육음·칠정소상 및 내상음식으로 보는데, 육음이란 풍, 한, 서습, 조, 화 등 6가지의 이상 기후조건을 말하는데 기후의 이상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여러 원인에 의한 정신적 자극으로 기혈이 손상되는 것을 칠정소상이라 이릅니다. 내상음식이란 과식·편식은 물론 해로운 음식물을 섭취하여 식독이 내장의 기능을 손상시켜 발병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 좀 더 자세한 치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