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again…”(그런 비극이 결코 다시는 없기를…) 4.29폭동이 난지 15년이 지났다. 사우스 센트럴 지역에서 일기 시작한 폭동의 불길이 급격히 번지면서 수많은 한인 업소들이 불탔다. 젊은 목숨이 희생됐다. 평생 걸려 이룩한 아메리칸 드림이 순식간에 날아간 것이다. 100년 미주 한인이민 사상 최대의 비극이 바로 ‘LA 인종폭동’으로도 불리는 이 4.29폭동이다.
4.29폭동 15주년을 맞는 감회는 착잡하다. 말 그대로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상처는 거의 아물었다. 불탔던 점포들이 다시 지어지면서 타운 상가는 면목을 새로이 했다. 그날 그런 비극이 있었는지 신세대는 기억조차 못할 정도다. 이런 정황에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이 한인 대학생으로 밝혀지면서 한인 사회는 한 때나마 긴장감에 휩싸였다. 인종갈등과 증오의 먹구름이 폭풍으로 변해 한인 사회를 다시 덮치는 것이 아닌지, 인종폭동의 악몽이 다시 떠올려져서다.
LA 폭동은 인종적 편견과 무지의 산물이었다. 흑인들을 같은 소수민족의 입장에서 보지 않았다. 미국 사회 저변에 깔린 백인 중심의 굴절된 시각에서 그들을 대해 왔다. 이런 한인들은 흑인들에게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비쳐지면서 폭동의 주 타겟이 됐던 것이다. 그로 인한 갈등의 폭과 상처가 여간 깊은 게 아니었다. 그 아픔을 통해 한인 사회는 그러나 배타적 이기주의에 갇혀 있던 자신의 모습을 마침내 보게 됐던 것이다.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경제적 손실은 거의 복구됐다. 아니, 더 눈부신 발전을 했다. 한-흑 관계도 정상을 찾았다. 화합을 위해 양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노력을 펴온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갈등의 요소는 계속 남아 있다. 라티노와의 관계다. 함께 사는 이웃이다. 그 이웃을 일부 한인들은 여전히 폄하해 부르며 마구 대하고 있는 것이다.
LA 폭동 15주년에 발생한 버지니아텍 참사는 한인 사회로서는 엄청난 아픔이다. 이 참사를 통해 그러나 한인 사회는 미국의 ‘성숙한 시민사회’를 새삼 발견하게 됐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함께 끌어안았다. 폭동의 악몽에 스스로 움츠렸던 한인 사회에 다시 한 번 자성의 계기가 된 것이다. 고통 없이는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모든 아픔을 딛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4.29 폭동 15주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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