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슬롯’
신경진 지음 / 문이당
작년에 박현욱의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아내가 결혼했다’는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는 누굴까. 3회째로 접어든 세계문학상은 신경진의 ‘슬롯’에게 돌아갔다. 일단 한국 소설이 한동안 무시했던 ‘가독성’이 좋다. 심사위원들의 평도 대체로 일치한다.
주인공은 헤어졌던 여자친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영월에 있는 00랜드라는 카지노로 향한다. 거기서 둘이서 10억원을 마음껏 잃어도 상관없다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10억을 써서 없애야 한다는 여행목적을 상기하며 게임에 참가한다. 하지만 도착한 카지노는 일상을 벗어난 화려함이 난무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천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게임 대신 며칠씩 머리도 감지 않고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된 사람들이 슬롯머신 앞에 죽치고 있는 모습이 주인공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만든다. 직업이 프로그래머인 주인공과 그 여자친구는 룰렛, 바카라, 블랙잭등 카지노의 여러 게임에 참여하고, 슬롯머신도 해본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결국 카지노측에 유리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는 기계나 게임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탓인지 진정한 몰입을 하기 어려운 주인공은 윤미라는 여자를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결국 윤미의 부탁으로 윤미의 개인적인 가정사에 휘말리게 되고 윤미의 현재를 규정하는 슬픈 가족사를 읽게 된다. 한편 여자친구와의 거리는 예상과 달리 좁혀들질 않고 서로가 무덤덤하게 지낸다. 하지만 결혼했고 이혼까지 했던 그녀로부터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자신과 그녀가 생각하는 자기자신과의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막판의 반전... 같이 온 여자친구의 이혼한 남편이자 주인공의 대학 선배가 등장하고....
결국 소설은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겪게 되는 혼란을 거대한 도박장을 빌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형열 알라딘 유에스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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