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랑을 만끽하는 시기이다. 고국에서는 지난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과 재향군인의 날, 둘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로 지킨다. 미국에서는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로 지킨다. 이 모든 기념일들이 가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먼저 어린이들은 교육을 통해 책임있는 성년으로 자란다. 이런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소중함을 깨우치자는 의미로 제정한 것이 어린이 날이다. 또 5월에는 나라를 지킨 군인들의 수고와 우리를 지도 편달해 준 스승을 존경하며 감사하는 행사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5월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기라는 점이다. 아무런 조건이나 이해타산도 없이 손발이 다 닳도록 우리를 길러준 큰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보는 절기가 어머니날과 어버이날이다.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은 희생과 노고에 늘 감사함으로써 가정의 달의 참뜻을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사랑이 근본인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자라 나 각자 가정을 꾸려 나가게 된다. 가정에서 체득한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고, 사회에 봉사하며 그럼으로써 행복을 누리는 된다. 나누는 사랑은 그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상호 의존의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민생활은 고립해서 살 수 다. 소수민족으로 잘 적응하여 개인이건 단체이건 사회적으로 공헌을 하면서 낙관적인 철학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이민자로서 우리의 비전이요 과업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월16일 버지니아텍에서 일어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 사건은 우리 한인 모두가 연대책임을 느끼게 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재미 한국 유학생을 비롯하여 한인 전체, 나아가서는 한미관계도 아무런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소원이 아닐 것이다. 32명 희생자의 명복과 피눈물 흘린 유가족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위로가 있기를 바라며 총격으로 입원중인 부상당한 분들도 조속히 치유돼 하루속히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기를 계속 기도한다. 미국에서는 헌법이 총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약 2억정이나 되는 총기가 개인의 소유로 되어 있으면 불시의 사고를 방지할 도리가 없다. 우선 총기소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통하여 가정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잘 자란 잔디 위에 흙이나 물건을 놓아두면 얼마 후 초록색이 노란색으로 변해 버린다. 햇빛을 쪼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양을 등지고 가는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밖에 볼 수 없다”라고 소설 ‘빙점’의 저자 미우라 아야꼬는 말했다. 태양은 식물이나 동물에게 모두 필요한 존재이다. 다시 말해서 햇빛은 사랑의 상징이다. 어두움의 자녀가 아닌 빛의 자녀로 키워야겠다.
1978년에 초판을 발행한 후 아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책 ‘자주 다니지 않는 길’의 저자인 스캇 펙 박사는 모든 정신적 비정상을 분석하면 궁극적으로 ‘사랑의 결핍’이라는 공통점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심리학 교과서에는 어린이들의 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정상적으로 자란 어린이들이 그린 사람의 얼굴은 항상 입술 양끝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웃는 얼굴이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했거나 아버지가 형무소에 복역 중이면 입술 양끝이 땅을 향하고 때로는 얼굴에 눈물도 보인다. 어린이들까지 사랑을 받고 자랐느냐, 아니면 소외되어 햇빛을 보지 못한 잔디처럼 ‘누런 색’이 되었느냐가 무의식적으로 그림에 반영되어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이하여 우리의 자녀들이 사랑을 만끽하면서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의 사명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본다. 이러한 수고와 노력이 끔찍한 참사를 방지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된다.
김기훈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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