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자. 영어로는 addiction, 한자로는 中毒 , 뜻 그대로 보면 뭔가에 탐닉하다, 집착하다 라는 표현으로서 보통은 나쁜 의미로 많이 쓰이곤 한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로 볼 때도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으로 더 점수를 후하게 매기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중독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런 부정적인 뜻에만 치중되어지는걸까? 흔히들 중독이라는 단어 앞에 들어갈 수식어는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일중독 등등 좋지않은 부분으로 많이들 생각하는데 누군가 그런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면 난 긍정적인 면에 더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난 사실 중독이 강한 편에 속한다. 그만큼 무언가에 빠지기 쉽다는 단점도 있지만 일단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꽤, 오래 그리고 꾸준히 가는 편이다. 요즈음 내가 푹 빠져있는 건 바로 운동이다. 혹자는 무슨 운동에 중독이 될 수 있나 하지만서도 운동만큼 중독성이 강한것도 드물지 않나 싶다.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이 3년 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들이지만, 나에게 있어선 운동은 단순한 의미를 벗어난 그 이상이었으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돌파구를 마련해 준 계기가 되었다.
그까짓 운동이 뭐 삶을 좌지우지하나 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사소한 물건이나, 사건, 일 등이 개개인 각자에겐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올 수 있다? 운동하는 것이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그 시기에 난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때 마침 몸도, 마음도 고장난 시계추처럼 후들거리고 있었으니까.. 한국에서 있을 땐 걷는거 조차 힘들었고, 지하철 계단 오르내리기도 버거워서 “젊은 애가 걷는 것도 힘들어서 어쩌니?”하며 혀를 끌끌 차시던 엄마의 말씀처럼 운동은 나에게 있어서 먼나라 얘기였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자동차라는 훌륭한 나의 발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대신해 주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해서 이 주일 정도는 온몸이 쑤시고 뭔가에 얻어맞은 듯 둔탁한 기운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닫혔던 내 몸이,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신선한 기운이 내 머리속으로 꿈틀거리며 파고 들어와 나의 나쁜 기운을 야금야금 씹어 먹어 없애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 비유가 너무 과장된 느낌이라고 이야기해도 상관 없다. 적어도 나에겐 그 이상의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었으니까.. 매일 매일 뛰면서, 걸으면서, 땀 흘리면서 내 머리속으로 되뇌었던 나의 약속, 다짐들. 그 시간만큼은 적어도 난 기쁨과 희열로 가득찰 수 있었다.
시일이 지나면서 운동도 중독이 된다는 걸 깨달은 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에 5~ 6일을 하면서 어쩌다 하루 빠지거나 하면 괜히 불안해지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난 아마도 운동이랑 연애를 하나 싶기도 하다.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하려 해도 안될 땐 맘 속으로 발만 동동 구를 정도였으니까.. 이 쯤 되면 누가 뭐래도 운동 중독이 틀림없을진대, 중요한건 아파도, 힘들어도 운동을 하고 나면 거짓말같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이니 나에게 있어선 중독이 독약이 아니라 보약이라 하겠다. 다만 요즘은 일이 너무 바빠서 전처럼 매일 할 수 없는게 안타깝긴 하지만, 대신 하지 않는 날은 맘 속에서라도 Trademill에서 뛰고 걷고 있는 내 자신을 상상해 본다.
“중독”. 더 이상 나쁜 면만 고집하지 말자. 주위를 찾아보면 좋게 중독될 만한 것들이 많으니까. 단지 헤어나기 가장 힘든 사람과 사람의 중독은 피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