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김미현 선수가 오클라호마에서 열린 LPGA투어 셈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안으며 한국 낭자군 가운데 올해 첫 승전보를 전했다. 같은 날 LPGA 진출을 열망하며 텍사스에서 열린 퓨처스 투어에 참가했던 김민영양은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고 LPGA 진출의 꿈을 다음 투어로 미뤄야만 했다. 민영양은 선배의 우승 소식을 접하고 “나도 언젠가는...”다짐을 하며 잠에 들었을 것이다.
김미현 선수의 우승 소식이 신문지면을 장식한 다음 날 아침, 민영양은 교통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고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식상하지만 ‘인생의 명암’이 교차한다는 표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민영이는 LPGA 진출을 노리며 퓨쳐스 투어에 참가하는 수많은 ‘예비 한국 낭자군’가운데 한명이다. 민영이가 지난해 말 일하던 식당에서 1,000달러가 든 손님의 지갑을 발견해 주인을 찾아준 이야기가 우리 신문을 통해 기사화 됐었다.
기사가 나가고 얼마 후에 민영이가 일하는 식당에 우연히 갔다가 민영이를 만났다. 귀여운 얼굴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한국일보 기자라고 소개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때 민영이는 5월에 출전하는 투어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나중에 LPGA투어 우승하면 꼭 기사 써주세요”라고 말했다. 민영이의 사고 기사를 쓰면서 중환자실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민영이의 사진을 이메일로 받고나니 “가슴이 무너진다”는 민영이 아버지의 마음이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 낭자군만 30여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는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부와 명예를 누리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LPGA 진출을 노리며 퓨처스 투어가 열리는 미국의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유랑생활’을 하는 예비 선수들의 사정은 다르다.
한 골프 관계자는 “민영이 같이 한국에서 와서 퓨처스 투어를 뛰는 여자 예비 선수들의 숫자가 적게 잡아도 300명은 되는데 예비 선수들에게 비행기 이동이나 호텔 투숙은 생각할 수도 없는 사치”라고 말했다.
민영이도 LA에서 혼자 차를 몰고 텍사스 엘파소까지 가서 홈스테이를 하며 투어에 참가했다. 철인 3종 경기 못지않은 체력이 필요하다는 투어를 마친 민영이는 또 다른 투어의 훈련을 위해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해서 LA로 돌아오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민영이의 손상된 척추와 파열된 장기를 구하기 위해 예닐곱 번의 대수술을 진행됐다. 민영이는 아직까지 의식은 없지만 사고 10일 만에 눈을 떴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다행히 신경은 손상되지 않은 것 같다는 의료진의 진단도 희망을 준다. 민영이가 암울한 시간을 견디고 재활에 성공해 L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안았다는 기사를 쓰는 날이 꼭 오길 바란다.
김연신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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