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새겨진 필라 인근 지역 출신 전사자 610명에게 무릎 끓고, 고개 숙여 명복을 비는 모습의 무명용사 동상 앞에서 윌리엄 켈리 위원장(왼쪽), 해리스 바움 명예 총영사(가운데), 심재만 이사가 경의를 표하고 있다.
연방 정부 100만 달러 지원...한인 동포사회 ‘무관심 ‘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6.26 동란)의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필라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무명용사 동상이 건립됐으나 필라 한인 동포들은 전혀 무관심을 보여 필라 한인 사회에서 한국전쟁의 참상이 잊혀져 가고 있다.
지난 28일 필라 델라웨어 강변 펜스 랜딩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 앞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와 E. 해리스 바움 필라 주재 한국 명예 총영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명용사 동상 제막식 및 메모리얼 데이 기념식이 열렸다. ‘마지막 작별’(The Final Farewell)이라고 명명된 무명용사 동상은 참전비 대리석에 이름이 새겨진 필라 인근 지역 출신 전사자 610명에게 무릎 끓고, 고개 숙여 명복을 비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동상은 필라 한국전 참전비 기념 위원회(위원장 윌리엄 켈리 변호사)가 지난 해 연방 정부에서 지원 받은 기금 100만 달러로 제작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윌리엄 켈리 위원장은 “이 동상은 57년 전 한국전쟁에 투입됐던 용사들을 위한 것이며 오늘도 그들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 해리스 바움 한국 명예 총영사는 ”한국 정부를 대신해 한국인들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그들에게 경의를 표 한다“면서 ”우리가 무명용사 동상을 쳐다볼 때마다 그들의 끝없는 희생정신과 훌륭한 국민을 자유롭게 한 것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이 이렇게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추모하는 자리에 필라 한인 사회 관계자들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필라 한인회, 필라 평통 자문회의, 필라 교회 협의회, 각 직능 단체의 관계자들은 체육 대회, 축구 경기, 콘서트 등에 관심을 보였지만 흰 머리에 주름살로 얼룩진 퇴역 용사들을 위로하는 자리에는 없었다. 한인 중에는 서울에서 관광을 왔다가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김 모 씨가 유일했다. 김 씨는 “한국전쟁 당시 어려서 기억은 없지만 미국에서 이를 기념한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한국전 참전 기념 위원회의 유일한 한국 계 이사인 심재만(미국 명 제임스 심, 전 필라 한인 참전 동지회장)씨는 이날 기념비에 헌화한 뒤 “필라 한인 사회에서 한인회와 노인회가 오랫동안 법정 싸움을 벌이면서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지난 2003
년 정미호 한인회장 시절 이곳에서 한인 사회 주최로 기념식을 가진 뒤 오랫동안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 이사는 “윌리엄 켈리 위원장이 한인 사회에서 왜 추모식을 갖지 않느냐고 물어와 곤란할 때 많다”고 아쉬워했다. 심 이사는 “바움 명예 총영사에게 부탁해 이 곳에 한국어로 된 안내 표시판을 게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필라 한인회(회장 강영국)는 오는 6월 24일 노스 필라에 있는 벧엘 장로교회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 부부를 초청해 위로 잔치를 가질 예정이다.
<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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