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뉴저지 베데스다교회)
종교 개혁의 시절, 성경이 각 나라 말로, 각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을 때, 이제 각인은 스스로 성경을 읽고 배우며, 마치 달걀 속에서 병아리가 스스로 깨고 나오듯이. 새로운 빛과 생명의 세계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도 있었다. 각 사람은 자기 눈높이대로 성경을 읽게 되었고, 과거처럼 듣고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주장하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종교개혁은 이제 교회의 분열의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다.
성경은 듣는 자에게 말한다. 들을 귀가 있는 자가 듣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들은 성경을 읽을 때, 성경 본연의 소리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소리를 투사해서 듣게 되었다. 죤 드라이든(J. Dryden, 1630-1700)이라는 영국 시인은 성경을 대하는 당시의 폐습을 짤막한 시로 남겨 주었다. “그렇게 성경은 이제 모든 세속인의 손에 놓여 졌고/ 각인은 스스로 가장 잘 이해한다고 주제넘게 생각하게 되었다/ 공적인 법칙이 공적인 희생물이 되었고/ 어중이떠중이의 처분에 맡겨지게 되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 사람마다 제 각기 답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갖게 된 답은 이제 그 사람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는 키가 된다. 어떤 이는 성경에서 행복을 찾고, 성공을 찾고, 물질을 찾고, 부를 찾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부지런히 찾는 자는 성경의 약속대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찾은 것이 찾는 이에게 반드시 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물질보다도 마음의 평강이 더 중요하고, 마음의 평강보다도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이 더 선한 것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교회를 어렵게 만들고 변질시키는 것 중 하나가 눈에 보이는 것을 찾고 물량과 물질 속에 축복을 찾았던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을 찾지 않으면 그 좋은 것이 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배우게 된다. 더 중요한 것, 더 선한 것을 무엇일까?
그 대답은 심령의 변화, 삶의 변화가 아니겠는가?
내 자신의 변화가 없는 외적 축복은 그 결과가 유익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다”(고전6:12). 한국교회를 저하시키는 것이 내적 변화 없는 외적축복의 추구에 있다면 지나칠까? 물질과 물량을 우상처럼 추구하지 않았던가? 그 결과 더 높고 더 커진 교회의 건물 속에서 부조리와 어둠도 깊어지지 않았던가? 교회가 사회의 존경보다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았던가?
과연 성경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사랑?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사랑이란 말은 사람 사이에 수만 가지로 해석되기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성경을 읽던 중 언젠가 발견한 사실은, 참 사랑이란 ‘비움과 섬김’의 축약된 말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비움과 섬김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사랑의 실체였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스스로를 비우고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를 섬기는 관계라고 말한다(W.Pannenberg).
기독교는 하나님의 그 관계 속에서 우리를 불러들이는 종교라 믿는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말은, 하나님의 생명과 관계로 부름을 받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비움과 섬김의 본이시다. 하나님 앞에서 나를 비울 때, 우리는 하나님을 소유하는 자가 되고 사람 앞에서 우리를 비울 때, 우리는 서로를 용납하고 섬기는 삶을 살게 된다. 그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삶은 빛과 생명의 깊음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교회 현실은 우리 기독교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성경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까닭은 다른 소리를 들으면 하늘의 하나님을 땅으로 내려 들이고, 성경을 하녀 취급하고, 교회는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한 소란스러운 곳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은 아무리 들어도 차지 않는 귀를 갖고 살게 된다. 참된 신앙은 겸손한 들음과 응답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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