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석교무(원불교 뉴욕교당·명타원)
언젠가 경주에 있는 남산으로 문화기행을 다녀온 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해요. 남산을 왜 살아있는 자연 박물관이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아름다운 자연 숲 속에 수없는 마애불과 불상과 불탑들이 널려있는데 이 마애불은 바위에 불신이 현현하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랍니다. 불상은 부처님의 모습을 조각하는 것이며 불탑은 원래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묘소의 의미가 점진적으로 변화되어 불탑으로 조성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옛 사람들이 마애불과 불상 그리고 불탑을 세우게 된 과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수많은 마애불과 불상, 그리고 불탑이 조성이 되었는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옛 사람들은 산 자체가 하늘이요, 신(神)이요, 부처였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돌이면 돌, 나무면 나무, 하늘이면 하늘, 땅이면 땅에 기원을 올리고, 소원을 빌며 액운을 면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극한 정성으로 기원을 올리고, 소원을 빌다가 비는 과정에서 바위 속에 들어 있는 부처가 현현하는 모습을 바위 자체에 조각한 것이 마애불이요, 바위 속에 들어있는 부처를 밖으로 나오게 하여 모신 것이 불상이며, 불탑도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옛사람들은 온 천지 만물이 다 부처요, 신이요, 신앙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온 천지 만물을 부처로 모시고, 섬기는 옛사람들의 지혜는 천연적으로 깨달음에 근접한 삶을 영위하였던 것입니다. 사람이 됐건, 물건이 됐건, 다른 동물이 됐건 일체만물을 사은신앙(四恩信仰)으로 섬기도록 일원상 신앙(一圓相 信仰)의 혁명적인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중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가면 많은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 속에 배를 타고 밀항해 오다가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체류하게 되어 결국 27명이 죽게 되니 바다에 무자비하게 버려 버렸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진리를 모르고, 인과를 모르고, 저지르는 그 행위 속에 그 사람이 다시 겪어야 할 불행한 앞날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인연들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물질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의 아만과 욕심이 창궐하고, 진리를 무시하는 무지로 인해 전쟁과 갈등과 이기심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리를 아는 사람은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살아가면서 홀로 있을 때를 더욱 조심하라 하신 것입니다.
인과의 원리에서 보면 가장 무서운 죄업이 살, 도, 음이요, 살, 도, 음보다 더 무거운 죄업이 방심이며, 방심보다 더 무거운 죄업이 무지에서 나오는 죄업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살, 도, 음을 범했다 하드래도 잘못했다는 생각은 있는 것이요, 방심을 하였을지라도 스스로 반조하여 고쳐 나가면 변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지는 죄업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기 때문입니다.세상을 살아갈 때 진리를 알고 섬김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일원상의 진리를 알고, 신앙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소태산 대종사(少太山 大宗師)께서는〔정전(正典)〕에서 일원상의 진리를 밝혀 주시면서 반드시 진리를 모르고, 맹신할 것이 아니라 일원상의 진리를 알고 믿도록 우리를 인도하여 주십니다.
일원상의 진리를 알고 보면 우주 만물 허공 법계가 부처 아님이 없는 것입니다. 진리를 알고 믿지 않을 수 없고, 진리를 신앙하는 사람이 수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진리를 알고 보면 밥 한 톨에서도 천지의 크신 은혜를 알 것입니다. 어떤 분은, 밥 먹을 때 밥 할 톨에서 천지를 느끼고 감사하게 은혜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인생의 참맛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하였던 것입니다. 진리를 알고 보면 늘 섬기고, 받들고, 모시는 삶이 일상화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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