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육군 사관학교를 장차 사회생활의 성공이나 취업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여기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지난 1997년 미스코리아 뉴욕 진 출신으로 현재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체육학과 전임강사로 2년째 근무 중인 박난희(33) 소령은 육사 진학에 대한 한인들의 잘못된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4년간 전액 장학금으로 힘든 훈련과 교육을 받고 졸업한 뒤 5년간 의무 복역하고 나면 군을 떠나 성공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업체로 떠나려는 한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와 함께 육사생활을 했던 한인 선후배 가운데 군에 남은 사람은 박 소령이 거의 유일할 정도라고.
그는 “부모 등에 떠밀려 육사에 오는 학생들은 생도 생활을 견뎌내기 힘들다. 1학년 때 목격한 4학년 한인 선배의 자살사건은 한인 생도들에게 두고두고 충격이었다”며 육사 진학을 원한다면 직접 육사를 방문해 생도들과 하루 정도 함께 생활해 볼 것을 권했다. 그가 애초에 육사 진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만능 스포츠 우먼으로 활동하던 고교시절 당시 육사 생도 아들을 뒀던 육상 코치를 따라 주말마다 육사를 자주 방문하면서부터다. 육사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트로이 주립대학에서 교육학과 경영학을, 이어 컬럼비아 대학에서 체육교육학과로 무려 3개의 석사학위를 차례로 취득했다. 현재 그는 육사에서 전임강사 자격으로 지상격투와 자기방어 훈련 및 군인으로서 올바른 건강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생도 교육을 맡고 있다.
“생도를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그는 앞으로 정교수 승진에 필요한 박사학위까지 취득해 육사 생도교육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장래 포부를 밝혔다. 육사에서 강의를 맡기까지 갖춰야 할 자격조건이 까다로웠지만 그간 노력한 결과를 하나씩 얻고 있어 무척 보람된다고. 학창시절 자신의 모습을 ‘말괄량이 톰보이’로 묘사한 그는 육사 졸업을 앞둔 1997년 여군의 매력을 알려보자는 취지로 미스코리아 뉴욕선발전에도 출전했었다. 뉴욕 진에 선발됐지만 당시 육사 졸업과 겹쳐 한국 본선대회 진출을 포기해야 했었다고.
다행히 육사 졸업 후 한국으로 발령받은 이듬해 용산 근무당시 한국일보 서울본사의 배려로 1998년 본선대회 진출 후보자들과 함께 합숙할 기회를 얻었고 비경쟁 후보로 무대에도 올라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며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2세의 나이로 미국에 이민 와 롱아일랜드에서 자라난 1.5세인 그는 용산에서의 2년 남짓한 한국생활이 처음엔 무척 낯설었지만 지금은 한국인의 끈끈한 정이 그리워진다고.
박 소령은 군인으로 뛰어난 지도력과 성취도를 이룩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DMSM상과 JSCM상, ARCOM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특히 DMSM은 국방부가 수여하는 상으로는 서열 세 번째로 높은 상이고 JSCM상도 국무부 장관이 수여하는 명예로운 상이다.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한다는 그는 6년 전 결혼해 현재 육사에서 함께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남편과의 사이에 2세 된 아들과 생후 3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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