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는 안 어울릴 듯한 단어이지만 갱년기를 즈음하여 많은 중년 남성들이 우울증을 호소합니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찾아오는데 증상은 비교적 가볍지만 때론 정신적 부담이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년남성은 가정과 사회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다른 계층에 비해 부담감이 무겁고 미국에서도 연간 600만명의 남성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지만 정작 치료를 받는 남성은 일부이며 게다가 우울증에 걸린 남성이 자살할 가능성은 여성보다 4배나 높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남성들은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의식이 남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자존심 때문인지 외부 도움이나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주위의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또한 현대인의 삶은 복잡하고 변화가 많아서 바쁘게 살다보면 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슬프고 우울하고 허무한 감정을 많이 느끼고 소외된 듯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의욕이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며 기운이 떨어집니다. 기억력이 감퇴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식욕이 없어집니다. 또한 성욕이 감퇴되어 부부생활을 기피하고 잠을 설치며 깊은 잠을 못자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불안·초조·고민이 많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방안을 서성거리거나 머리를 쥐어뜯고, 신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피해망상에도 곧잘 빠집니다. 모든 잘못을 ‘자신의 무능 탓’으로 돌리거나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재산 등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신체적으론 불면·머리 무거움·두통·어깨 결림·현기증·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의 원인을 실증과 허증으로 나눕니다. 실증은 간울, 기울이라는 병증으로 구분이 되는데, 간울이란 간의 기능 중 소설을 상실하여 자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므로 가슴이 메어지는 듯한 심한 고통이 생기고, 울체된 간기가 비장을 누르게 되면 소화가 잘 안 되어 배가 부르며 트림을 하고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와 다르게 기울로 인하여 나타나는 우울증은 얼굴에 열이 나며, 입이 마르고 쓰며, 두통이 발생하고 마음이 불안정하여 괴롭고 옆구리가 당기는 증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허증으로 인하여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는 만성적으로 우울증이 오래되어 정신을 상하는 것과 음이 허하여 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구분하는데 정신을 상하게 되면 영양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혈이 부족하게 되고 심신의 영양분을 상실하여 자꾸 침체된 기분을 느끼고, 몸에 피로가 자주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증상에 따라 간울로 인해서 우울증이 생기면 간기를 풀어주는 가미 소요산, 시호가 용골모려탕 등을 투여하고 기울에는 기의 순환을 도와주는 이기제들을 쓰고 허증으로 인한 경우에는 사물 안신탕과 같은 보혈제를 투여합니다. 아울러 침과 부항 등 치료를 겸비하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싱싱한 야채와 향기 좋은 과일, 유자차 등은 뭉친 기운을 풀어주고 감정을 다스리는 간의 기운을 보충해 줍니다. 등산과 같은 야외 운동과 적당한 취미 생활로 적극 대처하며 극복하는 모습도 중요하며, 무엇보다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