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태목사(전 뉴욕한인교회 담임)
기원전 184년에 삶의 무대에서 퇴장한 로마의 극작가 플라우투스(Plautus)가 그의 작품 아시나리아(Asinaria)속에 쓴 ‘hono homini lupus’(인간 인간에게 늑대)는 로마산 명 격언이 되었고, 이 격언은 2000년 동안 쉼 없이 해석되었다. 특히 역사의 암울한 시기에 더욱 그랬다. 그는 본시 희극 작가였지만 이 격언을 만들어 낸 작품 Asinaria 는 달랐다. 작중 인물을 통해서 그는 어둡게 말한다.
“인간의 파괴하는 손은 산 자를 그냥 두는 법이 없다. 그는 자기의 배를 채우기 위하여 살인한다. 공격하기 위하여 죽인다. 그는 또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하여 타인을 죽인다. 그는 죽이기 위하여 죽인다. 그는 재미로 살인한다. 그는 경험을 쌓기 위하여 사람을 죽인다. 그는 오만하고
욕심 사나운 군왕처럼 일체를 취하고 일체를 복종시킨다. 모든 인간은 살인죄로 고발되어야 한다.”Plautus 는 보기도 잘 보았다. 그는 틀리지 않았다. 한 역사학자가 역사공부에 진절머리 친 일이 있다. 한국전쟁 전 중 후의 민간인 학살 유형을 조사하다가 그는 아연 실색했다. “사료가 풍부한 것도 아니라면 사실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아니 도망 갈래야 도망갈 데가 없는 경우가 있다.
한국전쟁 전 중 후의 민간인 학살이 그것이다. 피학살자 유족들은 호소한다. 학살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부디 이 땅의 풀 한 포기도 함부로 밟지 말아 달라고.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희생자들을 가진 가족들에게는 온 국토가 그들의 무덤이라고. 현대사의 거의 모든 사건이
학살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어디로 도망칠 수 있을까?”
성공회대 한국현대사 교수 한홍구씨는 마흔가지 죽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필자에게는 그것들을 여기에 일일이 열거할 용기가 없다. “죽이는 것의 목록”은 끝이 없었다. Plautus 의 말 처럼 과연 이 땅 거류민의 반은 미쳤고 나머지 반은 거의 미친 상태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 방증
은 인간 역사의 모든 정사와 야사를 채우고도 남는다. 나의 조국(필자의 지리적인 조국은 한반도·조선반도, 그것을 껴안고 있는 어머니 태의 양수 같은 삼면의 바다 곧 불굴의 배수진 같은 서쪽 바다와 제주도를 감싸고 있는 남쪽 바다와 독도의 뿌리를 굳게 움켜쥐고 있는 동해-하나님이 떼어 주신 땅과 해역을 말함)의 산야가 맨드라미를 붉게 토하는 이 계절에 도지는 필자의 지병 ‘6월 신드롬’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마태복음
24장이 선택된 것이다.
“세상 끝에는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까? 난리(전쟁)와 난리의 소문을 듣겠으나 너희는 삼가 두려워하지말라. 이런 일이 있어야 하되 아직 끝은 아니니라.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그 때에 많은 사람이 실족하게 되어 서로 잡아 주고 서로 미워하겠으며 거짓
선지자가 많이 일어나 많은 사람을 미혹하겠으며 불법이 성함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마태복음 24장 3-13절).31상징과 은유로 조직된 마태 24장은 한마디로 난해하다. 난해하다는 말은 ‘문자’(혹은 문자주의)를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해석의 가장 큰 적은 문자주의이다. 문자주의를 극복해
야 비로소 해방이 보인다. 흔히 ‘작은 묵시록’이라고 불리우는 마태 24장에서 위의 성구들이 발췌되었고 필자는 거기에 제목을 붙였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 과연 그런가?’. 이 본문의 분위기는 이 제목을 정당화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전쟁과 전쟁의 소문(Wars and rumors of wars>의 편재성(ubiquity)과 항시성(ever-presence)을 우리는 본문에서 읽는다. 모든 예언의 근원은 과거이며 현재를 재료로 하여 미래라는 정점을 향한다. “세상 끝에는 무슨 징조가 있아오리까”라는 종말에 관한 질문은 어제와 오늘의 일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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