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인들을 대상으로 스패니시를 가르치는 클래스에 가보면 한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눈에 많이 띈다. 교양과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업무에 스패니시가 꼭 필요해 배우는 사람들이다. 매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한의대 졸업생 중 상당수가 라티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라티노들은 아즈텍과 잉카 문명의 영향 때문인지 약초와 침으로 하는 시술에 거부감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한인들이 운영하는 한의원을 찾는 라티노들이 늘고 있다. 또 간호사들도 스패니시를 할 줄 알아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병원들은 라티노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라티노 파워’가 무서운 기세로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캘리포니아 재무부는 지난 2000년 1,106만명이던 주 내 라티노 인구가 2050년에는 3,310만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하고 주 전체 인구의 52.1%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같은 전망은 한인들에게 많은 도전과 과제를 던지고 있다. 라티노를 껴안고 그들 속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라티노 커뮤니티는 3가지 측면에서 한인사회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한인 비즈니스의 인력 공급원으로서의 비중이다. 지금도 라티노 종업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현재의 인구동향으로 볼 때 그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라티노 종업원들을 고용하는 한인 업체에 가보면 종업원들이 토막 한국어를 배워 업주와 대화하는 것을 많이 보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업주가 먼저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종업원 관리와 업체 성장에 필수적 요소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두 번째는 엄청난 구매력을 지닌 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이다. 앞으로 라티노들을 외면하고 돈을 벌기는 힘들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고 일찌감치 라티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는 한인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 일 또한 상대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라티노들의 정치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캘리포니아의 정치는 라티노들이 좌지우지 할 가능성이 높다. 소수민족으로서 정치력 신장을 모색하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는 라티노 커뮤니티와의 협력과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며 그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라티노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상대에 대한 존중. 이제 이것은 ‘공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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