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신청 하셨어요? 한달 30달러로 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요”
“아, 네. 나중에요. 전 지금 취재 왔거든요”
그렇게 핑계를 대며 사진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8월초 타운 샤핑몰에서 열린 세계구호기구 ‘월드비전’의 아프리카 기아 사진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후원을 권유했던 분이 ‘나중에 꼭’ 읽어보라며 아동결연 후원 안내책자를 손에 쥐어줬다.
처음 월드비전의 아동결연을 접한 것은 한국에 있는 동생을 통해서다. 방글라데시 여자아이와 결연을 맺은 동생은 아이가 보내온 사진과 편지를 보여주며 후원의 유익을 설명했다. 이후 한비야씨나 김혜자씨의 책, 교회집회, TV광고를 통해 월드비전의 후원 결연에 대해 꾸준히 접했다.
그 때마다 ‘나중에’ 혹은 ‘다음에’라는 대답으로 결연을 미뤄왔으나 더 이상의 ‘나중에’는 영원한 ‘나중에’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에는 후원을 결심했다. 지구 반대편 인도라는 나라에 딸이 한 명 생긴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후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도라는 나라가 전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그 나라는 왜 가난한지, 그 나라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자료도 찾아봤다.
주변 사람들에게 후원을 권했다. 놀라운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결연을 실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선배는 몇 년 전부터 아들과 같은 날 태어난 과테말라 어린이를 돕고 있었으며 매달 5명을 후원하는 동료도 있었다. 그는 ‘나눔은 삶의 기본’이라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늘려온 후원 아동이 어느새 5명이 됐다고 했다.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측은 미주지역 한인들의 결연 후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1만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적 안정을 찾은 이민 1세들을 중심으로 기부 문화가 확산되면서 도네이션이나 결연 후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뉴저지의 한 사업가는 한 달에 200명을 후원하고 있으며 남가주의 한 한인회사는 매달 1만달러를 도네이션, 회사 이름으로 334명의 후원을 실천하고 있었다.
자녀의 국제화 교육을 위해 결연을 선택한 부모도 다수였다. 처음엔 ‘베트남 동생’ ‘아프리카 친구’를 낯설어 하던 자녀들이 어느새 세계지도에서 후원 아동의 나라를 찾아내더라는 것이다. 자신의 용돈을 후원금으로 내놓거나 저소득 국가의 기아문제를 고민하는 모습에선 세계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의젓함이 엿보인다고 했다.
요즘 많은 한인들의 관심이 아프가니스탄을 향해있다. 사태가 종교적 이념과 맞물리면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이를 계기로 지구촌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더욱 성숙한 방법으로 결실을 맺어가길 기대한다. 우리 자신과 자녀들이 지구촌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국제기구를 통한 아동결연은 훌륭한 모범답안이 될 것이다.
김동희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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