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성패여부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에
이산가족 문제 등 통일논의 선결 과제
한국정부 남북화해협력 명분 내세워 덮어두기 일관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크게 ▲한반도의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 등 3가지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이번 회담의 성패 여부는 무엇보다도 두 정상이 남북통일의 첫 수순인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평화’ 문제는 이미 6자 회담이라는 큰 틀에서 남북 양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고 2000년 6월15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일방적 퍼주기’라는 비난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남북 경제 협력이 의미하는 ‘민족공동의 번영’ 노력 역시 ‘개성공단’ 사업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이라는 걸림돌에 부딪혀 이 문제 해결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참여와 지지 없이는 말 그대로 양국간의 경제 협력 수준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오는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양국간에 서로 의견을 좁힐 수 있는 의제는 사실상 ‘남북통일’ 문제에 국한돼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5일 남측과 북측이 체결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 합의서’에 나와 있는 ‘통일’ 문제는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1차 정상회담에서 뜻을 모은 ‘남북통일 방안’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 당시 양자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선언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7년간 후속 논의가 진전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남북통일에 있어 가장먼저 해결돼야 할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 등 50년전 발생한 6.25 전쟁에 대한 책임을 북한측이 회피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뒷전에 밀어놓고 방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더 나가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남북 양자간에 해결할 의제’로 국한시켜 이 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강한 반발에 국내에서 까지도 국군포로와 납북자라는 단어조차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1년 12월6일 미 연방의회조사국(CRS)이 작성한 ‘한국: 미국-한국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는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7월 빌 클린턴 행정부에게 미국이 북한을 테러 국가 명단에서 제외시키는데 있어 “북한의 한국에 대한 과거 테러 행위를 고려하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으며 CRS의 가장 최근 ‘한국: 미국-한국 관계’ 보고서인 2006년 4월14일자 보고서 역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 북한의 ‘과거 테러 행위’에 대해 당시 김대중 정부의 요청이 그대로 수록돼 있어 이 문제에 관한 한 현 노무현 정부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 CRS 보고서들은 김대중 정부의 이 같은 요청을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켜 북한이 ‘세계은행’(WB), ‘국제금융기구’(IMF) 등 국제사회로부터 재정 지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어 김대중 정부, 그리고 현 노무현 정부가 남북경제 협력을 비롯한 북한 개발을 위해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사회 문제에서 남북간의 문제로 국한시킨 증거가 되고 있다.
CRS 보고서들은 특히 “그러나 일본은 북한이 일본인들의 납치 문제를 해결할 때 까지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키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했고 실제로 일본의 이 같은 요청은 “클린턴 행정부가 6자 회담을 비롯한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 일본인 납치 문제에 더욱 커다란 비중을 두기 시작했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4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한이 테러 지원국으로 지명된 이유에 포함”시키기 까지 했다.
CRS 보고서들은 따라서 ‘대북 화해협력’을 내세운 한국정부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입장이 북한의 외국인 납치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입장 및 외교에 있어 “일본이 우선권을 얻게 한 이슈”로 기록하고 있고
실제로 CRS의 지난 4월18일자 ‘북한 경제: 검토와 정책분석’ 보고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조건으로 북한이 일본인 문제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하며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 일본이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이는 북한이 미국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기에 앞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것은 물론 이 같은 협상에 한국은 당사자로 포함조차 되지 않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앞세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입장은 미국과의 외교에서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외교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유엔이 2003년부터 5차례에 걸쳐 표결에 부친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투표 기록이 입증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인권결의안을 표결 불참(1차례), 또는 기권(3차례) 해오다 반기문 한국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지난해 11월 표결에 부쳐진 인권결의안에 마지못해 처음으로 ‘찬성’표를 행사했다.
한국정부가 불참 또는 기권해온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은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적한 북한 내 주민들과 해외 탈북자들의 권리에 대한 문제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에는 “여타 주권국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강제적 실종 형태의 외국인 납치 관련 국제적 우려의 미해결 문제”도 포함돼 있어 사실상 한국정부는 북한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유엔의 결의에 반대해온 셈이다.특히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004년 유엔 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현황’ 구두 보고서와 2005년 제출한 서면보고서는 북한의 외국인 납치 행위와 관련, ‘16명 일본인의 납북 사례’만을 제기해 왔으나 2006년 총회에 제출한 3번째 보고서는 “북한 에이전트들이 이행한 외국인들의 납치 문제는 몇몇 국가들에게 영향을 가져왔다”며 처음으로 일본인 납북 사례 이외에 한국인들과 태국인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외국인 납치 문제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고 있어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유엔 총회가 투표에 부쳐 채택한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한국 정부도 찬성표를 행사한 당사국으로서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되자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Time)은 지난 8일자 ‘두개의 코리아들이 다시 만날 계획’이라는 기사에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김정일은 지난 2000년 요란스럽게 그의 남쪽 상대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양측이 이제 50년이 넘도록 서로 겨누고 있는 도끼를 땅에 묻는 노력을 협상했다. 그러나 핵 문제로 미국과의 마찰이 그 어떠한 진전 탄력도 둔화시켰고 (청와대 불법 대북자금
지급) ‘스캔들’은 정상회담이 ‘매우 허위’(very much a sham) 였음을 뒤늦게 드러냈다”며 오는 제2차 정상회담이 제1차 회담과 달자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는 특히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점을 강조하며 야당이 이번 회담을 “한반도의 평화보다는 정치적 ‘쇼’(show)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꼬집어 제2차 정상회담이 1차 회담 이후 남북 양국간이 해결할 문제로 국한돼 버린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와 같이 북한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양국 해결 과제’에 뚜렷한 진전이 없을 경우 야당은 물론 한국 국민들로부터 또 한 차례의 ‘정치적 쇼’였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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