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어린이법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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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보디대탑 입구엔 수많은 걸인과 좌판상인들로 인산인해였고, 펄럭이는 오색깃발 아래 몇분의 한국스님과, 붉은승복의 스님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으며 오체투지의 하심으로 더욱 빛나고, 여러개의 물병을 곁에 두고 널빤지 위에 손가락지를 낀 채 내내 온몸을 던지는 티베트스님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하보디사원 안에는 많은 스님들이 자리에 앉아 불경을 외거나 절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황금빛이 찬란한 부처님이 앉아계셨는데 참배하려는 사람들로 붐비었으며, 엄숙함과 성스러움을 더해주었다. 시간이 멈춘듯이 차분한 고요가 느껴지는 맑고 깨끗한 사원에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우리도 정신을 가다듬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반시간여 땀을 씻으며 또 산을 오르자 두 개의 자이나교 사원이 나타나고 조금 비탈길을 내려가자 사진에서 본 칠엽굴이 마침내 드러났다. 이곳은 부처님 입멸하신 후, 마하가섭이 500명의 비구를 모아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경과 율을 집대성한 최초의 경전결집 장소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 곳 동굴 앞에 수백 명의 비구들이 모여앉을 수 있는 넓은 회랑이 있었다고 하나 현장은 그리
넓어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깊고 넓었던 동굴은 풍화작용으로 굴이 무너져 내렸고, 동굴에서 뒤돌아보자 깎여나간 암반이 벼랑처럼 가파르고 시야는 아득히 허공을 비껴난다.
다음 성도지로 가는 동안 창 밖으로는 끝없는 사탕수수밭이 이어지고, 이름모를 꽃이 만발한 벌판을 지나가기도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시골농가의 모습은 너무나 궁핍해 보였다. 우물에서 도르래로 물을 길어올리는 여인들과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이며, 너무나 야윈 어린이들의 모습을 차마 바라보기가 안쓰러웠다. 우리 일행은 샤르나트 박물관에 들러 힌두교와 불교의 유적을 둘러봤다. 입구에 샤르나트 사자상이 있었고 이 사자상은 아쇼카 석주상단에 있었던 것으로 네 마리의 사자가 사방으로 서 있는 것이다. 그 옆에 있는 녹야원으로 들어가니,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와 초록색 잔디가 예쁘게 꾸며져 있어 그동안의 버스에서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입구정면에 다멕 스투파라는 거대한 탑이 있었고. 부처님께서 사르나트의 녹야원에서 다섯비구에게 설하신 최초의 설법을 초전법륜이라 하며, 챠우칸티 영불탑이 우뚝하니 서 있다. 사슴동산으로 부르는 녹야원의 중심이 되는 대탑주변엔 탑돌이가 한창이다. 순례객들은 서로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다보니 배낭을 메고 여행에 찌든 모습을 한 한국학생들을 만나서 반가웠는데, 그들은 우리를 보자 너무 반가워했다. 부처님 유적지를 자주 여행을 하시는 큰스님 덕분에 우리 일행 13명은 큰 버스로 이동, 최고의 호텔에서 휴식, 넉넉하게 준비한 간식으로 별 불편함을 못 느끼면서 기도를 다녔는데 초췌한 대학생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먹거리도 나누어 주었다.
다음날 새벽 바라나시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 서둘러 호텔을 나와 다싸스와메드 가트로 달려가 배를 탔다. 넓은 강물을 배경으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 그 자체도 장관이지만, 그 일출을 기해 100여 개의 가트에서는 일제히 물 속에 들어가 몸을 씻고 신에게 기도하는 수많은 순례자들의 진지하고 경건한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트에서 강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은 하루 중 해가 뜰 무렵이 제일 많은데, 목욕을 하거나 가트에 자리잡고 앉아 명상에 잠기거나 의식을 치르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태양으로 인하여 붉은색으로 물드는 강가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바라나시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다. 꽃불에 소원을 담아 강에 띄워보내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여 모두 소원을 빌었다. 새벽내내 벌판을 가로질러 이른아침에야 불교의 팔대성지 중 마지막 곳인 상카시아에 다다랐다. 이 곳은 부처님이 도리천을 방문하여 어머니에게 불법을 설한후 다시 하강한 곳이다. 탄생후 이레만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이모품에서 어린시절을 지냈던 부처님이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도리천에 올라 설법하고 브라만신과 인드라신의 호위를 받으며 지상으로 하강한 곳임을 보여주는 작은 유물조각도 남아있었다. 어머니를 그리워한 효성어린 부처님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며, 도리천에서 지장경을 설법하시고 제석천과 범천왕의 예경을 받으시면 하강하신 성지로 천국으로 통하는 하늘길이 열려있었던 기적의 땅이었다는 이야기와 원숭이들이 부처님께 꿀과 과일을 공양하면서 부처님께 바치기 위하여 팠다는 목욕지도 있고, 유마거사의 고향이며, 아름다운 기녀 암파팔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한 최초의 비구니승단이 형성된 불교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성지이다.
다시 아그라로 가는 한 폭의 그림같은 주변경관을 바라보며, 따뜻한 햇빛과 스치는 미풍은 여행의 느긋함과 편안함을 더해주었고, 새벽의 물안개가 한나절 피어오르는 날에는 사진 한 장 제대로 건질 수 없다. 아그라의 주요명물 중 무굴제국의 아그라성을 찾는 길목도 안개에 젖어 있어 마치 과거와 현실이 한 영상의 실루엣처럼 나타나며, 붉은 성은 거대한 역사물 세트같이 느껴진다.
다음날 아침 타지마할을 보기위해 서둘러 일어났다. 날씨는 화창하고 햇빛은 따뜻해 관광하기엔 딱 좋은 기후였다. 아그라의 주요명물은 황제인 샤자한의 지혜와 총명함으로 사랑받던 부인 뭄타즈 마할의 무덤이 타지마할이며, 이슬람 문화의 특징인 아치모양의 지붕과 첨탑, 모자이크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물로 장식은 피에 트라 두라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이탈리아 피렌체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피에 트라 두라 기법은 대리석에 꽃들의 문양을 판 뒤 그 홈에 각각 다른 색의 돌이나 준 보석을 박아 넣은 것이다.
이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 조각 미술 그리고 사랑의 표현으로 세계 5대 불가사의한 건축이 되어 유명하다. 흰 대리석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해주는 타지마할 입구에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렸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타지마할을 직접 눈으로 보게되는 감동이란 말이 필요없었다. 타지마할 중앙수로에 또 하나의 타지마할이 투영되어서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조그마한 빛의 변화에도 다양하게 살아숨쉬는 타지마할은 청색, 노란색, 백색 등 다양하게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고 한다. 그러나, 흰색으로 보이는 정오때가 더 아름답다. 높은 담장과 웅대한 건축에 섬세한 장식이 거반 붉은벽돌로 이루어졌는데 특히 왕비가 머문 곳은 화려한 문양으로, 성은 이중으로 외벽을 쌓고 외부침입을 막기 위해 바깥성안에 맹수들을 길렀다고 한다. 이젠 나무와 숲만 무성한 외벽너머로 희미하게 야무나강이 흐르고 그 너머로 타지마할이 떠있다. 왕비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있는 흰 대리석의 아름다운 타지마할이 현재까지 이어져,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이 곳을 찾는다고 했다.
hyelee200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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