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들의 부실대출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6월30일 현재 남가주 지역 10개 한인은행의 1개월 이상 페이먼트가 연체된 부실대출 합계가 지난해 동기에 비해 62%나 급증했다(한국일보 22일자 1면). 이런 현상은 남가주뿐 아니라 타지역 한인사회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의 경우에도 4개 한인은행들의 부실대출이 치솟아 3개월 이상 연체된 악성 무수익 대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107%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인은행들은 한인사회 내에서 비즈니스 자금의 가장 중요한 젖줄로서, 또 많은 한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업종으로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실대출 급증 소식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최근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선 비즈니스와 가계의 자금흐름에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부실대출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인은행들의 유독 높은 부실대출율은 이같은 전반적 경제 현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 몇 년간 한인은행들은 치열하게 확장 경쟁을 벌이면서 ‘실적 우선주의’에 매몰된 모습을 보여 왔다. 무분별한 과당경쟁은 부실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외형적인 확장과 실적 경쟁에 치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격이 안 되는 대출이 빈번히 이뤄져 왔다. 이런 부실성 대출은 경제의 흐름에 약간의 이상만 생겨도 터져버리는 폭탄이다. 그런 현상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실적 경쟁과 함께 지적돼야 할 문제점은 과도하게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 대출 포트폴리오이다. 한인은행들의 대출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주류은행들의 비율에 비해 턱없이 높다. 이런 대출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은행에 효자노릇을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서브 프라임 사태 같은 악재가 하나 터지면 바로 칼날이 되어 돌아오게 돼 있다.
흔히들 “금융은 심리”라고 한다.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사소해 보이던 금융문제가 대재앙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제사는 증언하고 있다. 최근의 서브프라임 사태도 좋은 예이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들에게 일반 기업들과는 다른 차원의, 신뢰할 수 있는 경영 행태와 건실함이 요구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근의 부실대출 급증은 수익성과 관련해 볼 때 한인은행들에게 분명 악재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건강한 성장을 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쓴 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실대출 급증으로 한인은행들은 대출 조건과 심사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전 대출을 위한 조건 및 심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필요 이상으로 대출을 조이는 빌미가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을 한인은행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