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이제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김치 하나로 성공한 한 기업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김치가 세계화되면서 특히 일본 사람들도 김치를 많이 찾게 되었다. 이 회사의 김치가 일본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일본의 많은 수입상들이 몰려와 이 김치 회사에 엄청난 물량의 김치를 주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수입상들은 한결같은 조건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조금 싱
겁고, 덜 맵고, 조금 더 달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즉 일본 사람들 입맛에 맞게 김치를 만들어 달라는 조건이었다.
이 회사의 사장은 놀랍게도 이러한 주문을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
다. 자신은 기무치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김치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일본 사람들 입맛에 기무치를 만들어 팔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김치는 사라지고 기무치만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오늘날 교회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소리들이 들린다. 당장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기무치와 같은 복음을 가르치다가 김치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린 꼴이 된 것이다. 복음 자체에 불순물을 넣어 버린 것이다.
예수의 십자가는 번영과 성공의 조미료로 치장되어 왕따 신세가 되었고, 예수의 복음은 일시적인 심리학자인 위로와 같은 꿀을 발라놓았고, 효과적, 효율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기법들에 의해 교회라는 공동체가 점령되어 버렸다. 교회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음식을 조리해 주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입맛을 변화시켜가야 하는 곳이라 믿는다. 예수의 가르
침대로 빵으로 사는 법이 아니라 말씀으로 사는 법을 가르치고 보여주어야 할 곳이 교회이다.
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위트 드루 신학대학 석좌교수는 “한국 교회는 예배 형식과 성전의 크기 및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람들의 요구와 선호를 만족시키려 했던 서구의 길을 절대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고 “교리와 원리의 강조, 체인 영업식 교회 재생산 등을 추구하는 ‘유인적, 명제적, 식민주의적 교회’와의 결별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전과 물질을 가지고 자기 세계의 확장을 경쟁적으로 꿈꾸었던 한국교회가 이번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질책과 핍박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질책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한 것을 할 때 쏟아지는 것이지만 핍박은 해야 할 일을 온전히 해 나갈 때 맞닥치게 되는 아픔과 같은 것이다. 이제 과감히 기무치를 거부하고 김치의 맛을 회복시켜야 할 때이다.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몇몇 이민 교회들도 덩달아 세력을 모아 힘 있고 효과적인 일을 하자고 끼리끼리 힘을 합치자고 한다.
슈바이처 박사는 “정신이상이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돌아서서 진정한 교회와 복음의 맛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금과 은은 우리에게 넘쳐나는데 예수 그리스도는 어디론가 실종되어 버렸다.” 타락한 중세교회를 두고 한 탄식이 오늘 교회의 모습이 되어 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기무치와 같이 구미에만 맞는 맛깔스런 말들을 쏟아내는 오늘날 교회들을 향하여 고난 받는 그리스도인 이용도 목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대의 교회는 괴이한 예수를 요구하며 현대 목사는 괴이한 예수를 전한다. 참 예수가 오시면 꼭 피살될 수밖에 없다. 참 예수는 저희들이 죽여 버리고 말았구나. 그리고 죄의 요구대로 마귀를 예수와 같이 가장하여 가지고 선전하는구나. 화 있을진저. 현대교회여! 저희의 요구하는 예수는 누구의 예수, 영(榮)의 예수, 부(富)의 예수, 고(高)의 예수였고, 예수는 영(靈)의 예수, 천(賤)의 예수, 빈(貧)의 예수, 비(卑)의 예수였나이다. 예수를 요구하느냐? 하나님의 아들을 찾으라. 인(人)의 예수-너희가 만들어 세운 예수 말고! 예수를 갖다가 예수에게 맞게 할 것이었나니라.”(일기, 1930년 2월20일자).
기무치의 맛을 버리고 김치의 맛이 회복되는 교회이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이영기목사(제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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