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면서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물자와 자원의 풍요로움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한편으로 파생하는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싫든 좋든 변화된 환경의 요청에 발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때때로 부족했던 옛날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된다. 정교한 칩이 내장된 리모컨과 더불어 살다보니 버튼 한번 잘못 누르면 TV 끄고 켜는 일도 쉽지 않다.
신문이든 인터넷이든 생활에 유용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끝도 없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다 보면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고 정신만 멍해져 온다. 학업이나 생업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셀폰, 인터넷 등을 자제하는 이유도 이로 인해 꼭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미루는 데서 해방되고자 함이다. 국제전화 하는데 20~30분씩 기다려야 하고 전화비 올라갈까 봐 제대로 할 말도 못한 채 허겁지겁 수화기를 내려놓던 날들도 있었건만 이제는 특별한 일도 없으면서 장거리 전화에 매달려서 시시콜콜 떠들고 한시라도 컴퓨터 마우스를 만지작거리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모두 바쁘게 살다보니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여유로움이 있던 사람 사는 재미도 점점 사라져간다.
지나침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차고가 갖가지 잡동사니들을 모아두는 창고로 변해 정작 들어 있어야 할 자동차들은 갈 곳을 잃고 바깥에서 나돈다. 몇 년에 한번 쓸까 하는 것들을 아깝다고 무한정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낭비에 가깝다.
지구가 넘쳐나는 쓰레기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일정기간 쓰지 않는 품목은 퇴거시킴이 어떨까. 각종 서류에 사진, 그림, 인형, 장식품 등이 주위를 온통 장식한 복잡한 환경에서는 일의 능률도 기대하기 어렵다.
몸에 좋은 약도 이것저것 한꺼번에 먹으면 독으로 작용하듯이 영양가 있는 음식물도 가지 수가 많지 않아야 몸 안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잘 소화되어 건강하게 해준다. 생활전반에 걸쳐 단순한 삶의 미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학준 / LA카운티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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