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와 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전혀 변하지 않은 분야도 있었다. 그것이 곧 교회이다. 나는 북한을 방문할 때 마다 꼭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지난 세 차례 방문 때 들렀던 봉수교회가 수리 중이어서 이번 방문동안엔 평양 칠곡교회에 갔다.
칠곡교회는 김일성주석의 어머니 강반석 집사가 다녔다는 교회에서 이름을 땄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세밀하게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북한 교회가 참 교회가 아니라는 나의 확신엔 변함이 없다. 교회에 나오는 북한사람들이 진짜 신자인가 하는 의문도 여전하다. 네 번이나 들른 봉수교회와 칠곡교회에는 젊은이나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참 신기한 현상이다. “어린이가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전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평양방문 중에 확인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북한주민들이 자기체제에 대해 일종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종전처럼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필자에게 설명하려들지 않았다. 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얼마나 탁월한 지도자의 자질을 가진 사람인가를 필자에게 확신시키려고 애썼다.?1981년과 2000년 북한방문 기간엔 “친애하는 지도자” “위원장님” 또는 “장군님”이라는 ?호칭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었다. 자기들의 체제를 필자보다 자기 자신들에게 확신시키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중에는 정부나 당의 주요 간부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이름을 앞세우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참으로 이상할 정도로 그들은 조용하고 안정된 태도를 보였다.
김정일 위원장이 타계하면 북한이 붕괴돼 남북통일이 쉽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아마도 김일성주석이 타계했을 때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주석이 타계한지 13년이 됐지만 북한은 건재하며 3~4년간의 ‘고난의 행군’을 끝마친 북한은 비온뒤 땅이 굳듯이 더욱 체제의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북한주민들도 경제가 어렵고 살림살이가 힘들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다.
필자는 지난 40년간 북한을 ‘소경 코끼리 만지듯이’ 연구해왔지만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붕괴돼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이 성취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통일이 될지 알 수 없으나 빠른 통일은 우리민족에게 또 다시 큰 시련을 안겨줄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통일은 남북이 다 같이 잘 살면서 풀 뿌리민주주의가 정착된 후에 이뤄져야만 우리민족이 또 다른 수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필자는,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북한청소년들이 지적으로 바뀌고 발달하면서 민주적이고 창조적이며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요건을 조성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필자는 북한 어린이에게 장난감 보내기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북한 어린이들이 체제의 틀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상상하고, 꿈을 그리며, 자기들이 생각하는 대로 무엇인가 창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제는 북한당국도 교육을 통해 지적이고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의 이런 노력을 도와 다 같이 통일의 길로 가야 하겠다.
필자가 추진하는 사업에 동참하실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충남 조치원 고려대학교 서창 캠퍼스 북한학과 김형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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