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영사과에서 민원영사로서 근무한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작년 2월 영사라는 직책을 처음 맡게 되었을 때만 해도 외교부에서 경제․통상 업무만을 주로 담당해왔던 나에게 영사업무는 생소하기만 하였고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평소 사교적이지 못하고 말주변이 없는 나로서는 많은 동포분들을 만나야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특히 전임 영사로부터 관할 지역 한인인구가 20만에 달하여 한인 관련 사건․사고가 수시로 발생하며 매년 처리하는 영사 민원만 해도 3만 건이 넘을 뿐만 아니라 전화 및 e-mail을 통한 민원 문의도 매일 수십 통에 달한다는 설명을 듣고 과연 내가 민원 영사업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부터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정은 누구든지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갖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오히려 새로이 하는 업무인 만큼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일하면 기존의 틀에 박힌 영사행정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무엇보다도 소위 ‘영사관남’ 또는 ‘대사관녀’ 등의 사건에서 보여지는 우리국민들의 영사행정에 대한 깊은 불신과 반감을 없애는 것이 민원영사로서 최대의 과제라고 생각하였고 가급적 동포들의 입장에 서서 영사관을 방문하는 동포들의 불편을 없애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나가자고 다짐하였다.
지난 1년 6개월을 돌이켜 보면 처음 영사업무를 할 때의 각오가 부끄러울 만큼 해놓은 일이 없다. 다만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워싱턴 지역의 많은 동포분들을 만나 고민을 같이 할 수 있었고 한인 사회의 다양한 사건과 이슈들을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부 동포분들의 무리한 민원 요구를 접하거나 추방자, 노숙자, 정신질환자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한인들을 보고도 해결방안을 찾지 못할 때는 부임 당시 가졌던 초심을 잊고 힘들어 한 적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요즘 동포분들이 영사관의 도움에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영사관 직원들이 많이 친절하다는 말씀을 할 때면 처음에 우려했던 만큼이나 민원 영사업무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며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큰 것 같다. 워싱턴 지역에의 한인 인구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한인 관련 사건․사고와 민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주미대사관의 영사인력은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총영사를 포함하여 3명이며 민원담당 영사는 1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소수의 인력으로 영사행정과 재외국민보호라는 기본 임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워싱턴 지역 한인사회가 그만큼 성숙하였고 대사관과 한인사회의 관계도 불신과 대립보다는 상호 협력하고 의존하는 관계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민원영사업무를 마치고 앞으로는 대사관내에서 FTA 관련 업무를 하게 된다. 이 기회를 빌어 그동안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많은 동포분들께 감사드리고 우리 한인사회의 성숙되고 결집된 역량을 성공적인 FTA 발효라는 또 다른 과제를 통해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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