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스님(필라 화엄사)
사분율(四分律)에 보면 같이 수행하는 도반을 승우(勝友)라 했다. “승우에 일곱 가지가 있으니 첫째 고난을 만나서 버리지 않고, 둘째 가난하다고 버리지 않으며, 셋째 자신의 어려운 일을 상의하고, 넷째 서로 도와주며, 다섯째 하기 어려운 일을 하여 주고, 여섯째 주기 어려운 것을 주
며, 일곱째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야 하느니라”고 했다.
깨닫지 못한 중생의 안목으로 볼 때 사실 우리는 누가 과연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가를 모르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수준에 맞춰 사람을 평가하기 일쑤다.
이 세상 누구나 자기를 좋아하는데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모두가 더불어 살기에 서로가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때 방랑 생활 중 산호세 정원사에 들러 잠깐 머무르면서 신도들에게 법문을 해주고 있을 무
렵 한국에서 모 큰스님이 방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큰스님을 모시고 식당으로 가는 도중 상좌들과 차를 함께 탄 적이 있다. 서로들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 중에 상좌 한 분이 큰스님께 아무개 신도 이름을 들먹이며 누구도 좋고 누구도 좋은 분들이라고 한참 자랑을 늘어놓았
다. 그러자 큰스님께서 하시는 말씀 “너에게 잘해주니까 좋지, 만약 너에게 잘못해 주었다면 좋은 사람이라 하겠느냐”고 반문하셨다. 그러자 차 안에 있던 모든 스님들이 침묵에 잠겼다.
나는 그 말씀을 들은 이후로 이따금씩 그 큰스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그렇다. 과연 어느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느 사람이 나쁜 사람이란 말인가! 집에서 기르는 개도 저에게 밥을 주고 잘 대해주는 사람에겐 유독 꼬리를 치며 따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우리가 상대의 잘못을
알더라도 모르는 듯 눈감아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있으면 세상살이가 좀 더 부드럽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친구가 없
다”고 했다. 대개 친구가 없는 사람은 바른 말 하기를 좋아하고 시비(是非)를 일삼으며 남의 허물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성질이 다분히 있다.
주위에 사람이 따르게 하려면 봉사심과 인내심, 그리고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어 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분명히 필요하다. 또 꾸지람을 듣고 고치는 자에겐 더없이 약이 되련만 꾸짖음에 있어서도 기회를 잘 포착해야 되고 같은 말을 하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사실 일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본의 아니게 저질러지는 일들도 많다. 마음을 모두 털어놓고 흉허물 없이 받아줄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흉허물을 탓하지 않는 진정한 사람이 주위에 과연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흉허물을 탓하지 않는 진정한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더없이 즐거운 것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허물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어서 꾸짖는 쪽보다는 칭찬하는 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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