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오른쪽)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과 나단 세일즈 미 국토안보부 정책개발 부차관보가 7월24일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VWP)가입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열린 기술협의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국인들이 미국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될 시기를 “내년 중”으로 전망,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최소한 2009년 6월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한국인들의 미국 무비자 입국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미 연방의회의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법안’(H.R.1)에 서명, 발효시킴에 따라 그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한국인들과 미주한인들의 높은 관심을 사고 있다.이는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법’에 포함돼 있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Visa Waiver Program) 현대화’ 조항이 특정 국가의 VWP 가입 기본 요건 중 하나인 비자 거부율을 현행 3% 미만에서 10%로 완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동안 비자 거부율 3%를 남짓 웃돌아온 한국이 VWP에 가입할 수 있는 미국내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2005년 11월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이 VWP 가입 조건을 충족하는 ‘로드맵’을 마련하는데 있어 미국이 한국과 협력키로 했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측과 9차례의 ‘한미사증 워킹그룹 회의’를 거쳐 2006년 12월 미국과 ‘로드맵’에 합의했으나 ‘비자 거부율 3% 미만’이라는 기본 요건 충족 미달 걸림돌이 큰 장애로 버티고 있어 VWP 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법’ 발효에 의해 그 장애가 제거되자 VWP 조기 가입 가능성을 점치며 적극 홍보해 왔다.
실제로 주미한국대사관은 7월26일 미 연방의회의 상·하원 법안 조정위원회가 VWP 확대 내용이 포함된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법안’에 합의, 법안을 상·하원 전체회의로 넘기자 곧바로 다음날 대사관 웹페이지의 ‘비자면제 프로그램’ 소식 섹션을 통해 “빠르면 내년 7월부터 한국인들은 비자 없이 관광이나 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알렸으며 이에 앞서 같은 달 23일에는 ‘미 국토안보부 특사, 비자면제 논의 위해 방한’이라는 제목으로 웹페이지에 “한국과 미국이 23일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국의 미국 VWP 가입문제 협의에 착수했습니다”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또 한국외교통상부도 지난 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로서는 내년 7월이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며 주미한국대사관의 “빠르면 내년 7월” 전망을 “일부 언론 보도의 잘못된 내용”으로 둔갑시켜 전면 부인하면서도 “다만 미국 보안시스템 구축 및 우리의 전자여권 추진상황, 양국 정상의 강력한 의지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2008년 중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역시 한국의 조기 가입을 전망했다.
그러나 사실상 한국의 VWP 가입 가능 시기는 부시 대통령이 발효시킨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법안’이 특정 국가들의 VWP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거부율 요건을 3% 미만에서 10%로 완화시킨 내용보다는 이 법에 따라 미국과 VWP 가입 국가들이 취해야 할 추가 안보강화 조치들의 도입 시기에 달려있다.그 이유는 ‘9.11 위원회 권고 사항 이행법’이 미국 정부가 완화된 새로운 비자 거부율 요건을 적용, 특정 국가를 VWP에 추가 가입시키기에 앞서 미 국토안보부(DHS)가 먼저 ‘전자여행허가제(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 및 ‘출국 통제(Exit-control)’ 시스템 등을 비롯해 미국 국토안보를 위한 강화 조치들을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여행허가제’는 미국 입국 희망자가 사전에 미국정부가 지정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입력, 이를 전자적으로 발송한 후 미국정부로부터 입국 가능 여부를 사전에 통보 받도록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DHS가 도입토록 하는 것이며 ‘출국 통제’ 시스템의 경우 역시 DHS가 미국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모든 VWP 여행자의 출국을 지문, 홍체 등 생체인식 방식으로 대조, 확인, 기록하고 최소한 97% 이상의 해당 여행자의 출국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토록 돼 있다.
그러나 미 연방정부감사국(GAO)에 따르면 DHS는 이 같은 전자적, 생체인식 출국 통제 시스템 도입 가능 시기를 올해, 또는 내년이 아닌 2009년 6월로 예정하고 있고 그 계획 마져도 시스템 디자인, 개발, 실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로 예정 시기에 실제 도
입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6월28일 미 연방하원 국토안보위원회 공청회에 출석한 랜돌프 하이트 GAO 정보기술설계 및 시스템 관계 국장은 9.11 사태 이후 VWP 외국인들을 포함, 미국을 방문하는 모든 비이민자 외국인들의 출입국을 생체인식 방식으로 기록, 확인하기 위해 추진된 출입국 통제 프로그램 ‘미국 방문(US-VISIT)’과 관련, DHS가 지난 4년간 무려 13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국 통제에 있어 입국 통제 프로그램만 진척을 보이고 있고 출국 통제 부분은 현재까지 가동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현 상태로는 아예 미래 도입 가능성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하이트 국장에 따르면 DHS는 US-VISIT 도입과 관련 출입국 통제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하는 기존 계획을 변경해 첫 단계로 ▲‘공항과 항만 입국’ 통제 시스템, 제2 단계 ▲‘공항, 항만, 국경 입국’ 통제 시스템, 제 3단계 ▲추가 ‘국경 입국’ 통제 시스템 가동 등 입국 통제 부분만을 시행, 2006년 12월 현재 1~3 단계를 통해 300여개에 달하는 미국 입국지점 중 115개 공항과 14개 항만, 154개 국경 입국소 등 약 94%에 해당되는 입국지점에서 US-VISIT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 어느 곳에도 출국 통제 시스템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하이트 국장은 특히 DHS가 출국 통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US-VISIT이 가동된 입국지점 중 11개 입국소(9개 공항, 2개 항만)에서 출국 통제 시스템 시범 프로그램을 시도한 바 있으나 이들 출입국소에서 불과 24%에 달하는 출국 통제 대상자의 출국만 확인, 기록하는 결과를 낳았고 DHS는 아직 이 같은 문제를 개선 할 구체적인 계획 마져 준비가 안된 상태라고 지적했다.하이트 국장은 또 DHS의 출입국 통제 시스템 도입 계획에 대해 GAO가 감사과정에서 DHS로부터 2007년 6월11일 ‘고위급 스케줄’(High Level Schedule) 기획안을 입수한 사실을 언급하며 “기획안은 DHS가 2007년 9월3일까지 (출입국 통제 시스템) 가동 컨셉트와 사업 계획을 완성하고, 2007년 10월1일까지 비용 편익 분석을 마친 뒤 2008년 10월1일까지 이를 시험하고 2년(2009년 6월)내로 출국 통제 문제 해결 (시스템)을 완벽히 배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획안에는 이 같은 시스템 디자인과 개발, 실험 등 도입 시기를 뒷받침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DHS) 프로그램 관계자에 따르면 더욱 구체적인 기획안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DHS가 아직 그 기획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혀 사실상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법’이 VWP 확대 적용에 앞서 요구하는 미국 ‘출국 통제’ 시스템의 도입이 2009년 6월 이내에 이뤄질 가능성 자체를 비관했다.
하이트 국장은 이외에도 DHS가 ‘출국 통제 체제’ 구축을 위해 올해 12월17일 이전에 US-VISIT와 ‘세관국경수비대(CBP)’의 ‘승객출국전조기정보시스템(APIS)’, ‘교통안보국(TSA)’의 ‘안전 비행(SF)’ 프로그램, 국제 항공사들의 고객 탑승 기록 등을 연결하는 제도 도입 계획안을 공고, 시행 할 예정이나 이 같은 제도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고 DHS가 마련, 공고할 계획안에 국제 항공사들의 동참 여부가 불투명해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 연방의회는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DHS의 US-VISIT ‘출국 통제’ 시스템 도입 실패 사실을 인식하고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을 우려해 VWP 확대 적용의 전제 조건으로 ‘출국 통제’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 했으며 더 나가서 만일 DHS가 2009년 6월30일까지 ‘출국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할 경우 2009년 7월1일부
로 DHS의 VWP 확대 적용 권한을 법안이 규정한 ‘출국 통제’ 시스템을 완벽하게 도입할 때 까지 유보시키는 안전장치를 포함시켜 사실상 한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들의 VWP 추가 실제 가입이 2009년 6월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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