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미비자 고용이 많은 한인 봉제 업체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 국토안보부가 새롭게 시행하기로 한 서류미비자 고용 엄단 조치에 연방 법원 샌프란시스코 법원이 31일 일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노조인 AFL-CIO가 국토안보부의 강력한 이민법 집행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소규모 도시부터 주, 그리고 연방 정부에 이르기까지 불고있는 보다 강화된 이민법 집행의 흐림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7월 아시안계 언론을 대상으로 열린 연방이민세관국(ICE)의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해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불법체류자 단속 결과에서 불법체류자 단속국의 고위 관계자는 “이것이 미국민이 원하는 것이다”라며 포괄적이민개혁안의 의회 통과 전 미국내 불법체류자 숫자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했다.
“이것이 미국민이 원하는 것이다”란 대답은 이민자 권익 단체에서도 똑같이 터져나왔다. 한인 이민자 권익단체인 민족학교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ICE관계자의 말을 전하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미국민의 대다수가 서류미비자 구제를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목소리는 서류미비자 추방이 아닌 구제라고 강조했다.
서로 미국의 목소리라고 대변하는 사이에 포괄적 이민개혁안 통과는 110차 의회 회기내 통과될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친공화당 성향인 미국 경제계와 친민주당 성향인 노조조차도 포괄적이민개혁안의 통과를 한 목소리로 외치는 상황에서 더욱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포괄적 이민개혁안 통과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당파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잇따른 이라크 악수로 본전만 지켜도 백악관 탈환은 어렵지 않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속내와 1,100만명의 서류미비자가 합법화될 경우 대선에서 친민주당 성향을 보일 것으로 보이는 히스패닉계의 등장을 우려한 공화당의 셈법이 겹쳐서 복잡한 이해득실 계산을 뒤로 미루자는 암묵적 합의가 워싱턴 DC에는 감돈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이들의 합법화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정치인들이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영주권을 신청한 한인 합법 이민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회계사로 일하는 한인 이모(33)씨는 “이 기자, 이번에는 포괄적 이민개혁안이 어떻게 될 것 같아?”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민귀화국(USCIS)이 영주권 문호를 활짝 열어 놓은 덕에 회계사 이씨의 영주권 꿈은 몇 발자국 더 멀어져 갔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식의 선구제, 후단속과 선단속, 후구제의 공화, 민주 양당의 지루한 말싸움 속에 합법 이민 수속을 밟고 있는 이씨의 속은 타들어 간다. 양분된 미국의 목소리 다툼 속에 ‘미국인은 누구인지’, ‘두 발 내딛고 사는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존재인지’곰곰이 생각해 본다. 미국의 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라는 2007년의 미국, 속시원한 제3의 정치세력에 대한 갈증이 밀려온다.
이석호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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