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비즈니스들이 몰려있는 낫소 스트릿의 전경. <김재현 기자>
‘9.11 테러의 상처를 딛고 일어났다.’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는 맨하탄 다운타운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9.11 테러 6주년을 맞아 찾아간 맨하탄 다운타운에서 희생자에 대한 슬픔이나 추모의 분위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정장 차림에 종종 발걸음을 옮기는 직장인이나, 고객맞이에 바
쁜 소규모 비즈니스에서도 9.11 당시 하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리던 사진속의 그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9.11 테러를 기리는 대규모 행사나 의식들이 얼마나 더 계속돼야 할 지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9.11 테러를 기리는 집단적인 추모행사 등이 너무 과도하거나 공허하고 성가시다고까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9.11 테러 피로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던 그라운드 제로를 비롯, 인근 건물에서 공사장의 망치소리만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최근 이 지역은 지난 수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기존의 낡은 상가 건물을 허물고 콘도미니엄을 탈바꿈하고 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현재 프리덤타워와 추모시설, 환승터미널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또 그라운드 제로를 새로운 모습을 탈바꿈 시킬 3개의 고층건물의 조감도가 발표됐으며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프리덤타워는 오는 2011년 완공예정이다.
한인 비즈니스들도 점차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다. 델리와 네일, 세탁소, 잡화 등 이 지역의 한인 비즈니스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될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낫소 스트릿에 위치한 ‘미라 주얼리 앤드 기프트사’의 임기호 사장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달라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 이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
가 크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9.11 테러 이후 뉴저지나 브루클린으로 이전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주위의 한인 업소들이 하나 둘씩 떠났지만, 경제의 중심지인 이 지역이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으로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현재 이 지역에는 한인 비즈니스는 20-30여곳만이 남아있다. 지난 5년사이 10여개의 업소들이 떠났다.이 지역의 한인 비즈니스들이 9.11 테러 이후 받은 정부 지원금은 생각보다 적었다. 무상 보조금 5,000달러-1만달러외에는 거의 없었다. 중소기업국(SBA)의 비즈니스 융자 역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브로드웨이에 있는 VIP 네일의 오혜숙 사장은 “무상 보조금 5,000달러 정도 받았지만 비즈니스 융자는 신청하지 않았다”며 “경비 등을 줄이고, 영업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어려움을 넘겼고, 지금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풀턴스트릿에서 만난 한인 운영 세탁소의 한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기자를 데리고 나와, 주위 건물을 하나씩 가리키면서 “앞으로 이곳에 고급 콘도미니엄이 들어서면서 주거 지역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각종 세제 지원에 힘입어 이 지역의 경제가 부흥하고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의 재개발 사업에 면세 혜택을 주고, 재개발업체에는 렌트와 임금 혜택도 제공했다. 지난 4년간 이곳에 6,000가구의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거주 인구는 1만명
이 늘었다. 앞으로 5,000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콘도미니엄들이 공사중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다운타운의 렌트는 6년전보다 10% 인상됐지만 사무실 공실률은 7%대 이하로 떨어졌다. 다운타운의 경기 부흥을 실감하게 하는 수치다.시청 인근 브로드웨이에서 델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외부적인 경제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한인 비즈니스의 특성상 지역 주민들의 인심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비즈니스를 한다면 앞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밝게 말했다.
■ V.I.P 네일 오혜숙 사장
“일찍 열고 늦게 닫으면서 부지런하게 일하니까 잘 되네요.”V.I.P 네일의 오혜숙 사장은 지난 2005년 지금의 업소가 있는 리드 스트릿으로 이전하기까지 다운타운 브로드웨이 선상에서 16년동안 비즈니스를 해왔다. 이 지역의 특성상 연방청사와 뉴욕시청의 공무원, 월드트레이드센터의 직원 등의 고객들이 몰리면서 꾸준한 매출로 안정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9.11 테러를 겪은 뒤 오 사장은 지난 6년간 다시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버텨왔다고 한다.
9.11 당시 출근길에 비행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에 부딪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후 한달반동안 업소에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던 오 사장은 “다시 들어와보니 완전 폐허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업소를 청소하고 무작정 문을 다시 열었다고 한다. 하루에 1명, 2명 정도의 고객을 보면서 5-6개월을 버텼다. 오 사장은 당시 이곳을 떠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단골 고객들이 있고, 다른 곳에 가면 다시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연방정부로부터 5,000달러 정도의 무상 보조금을 받았지만 비즈니스 융자는 따로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이자가 낮아도 ‘빚은 빚이기 때문’이란다.대신 비즈니스 시간을 늘렸다.
9.11 이전에는 주 5일 영업했는데, 이후 6일로 늘렸고, 업소를 이전하면서 주7일 근무로 바꿨다.오 사장은 “경기가 안좋으니까, 성실하게 일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며 “그 덕분에 예전 경기의 60-70% 수준을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다행인 점은 앞으로 경기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오 사장은 “고급 콘도미니엄이 자꾸 생기고, 젊은 직장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 미라 주얼리 & 기프트 임기호 사장
“비즈니스 환경이 변하고 있는만큼 앞으로 경기 호전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미라 주얼리 & 기프트’의 임기호 사장은 지난 2002년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취재했을 당시 그동안 꾸준히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매출이 예전의 3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계속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임 사장은 최근 “이 지역에 콘도미니엄이 신축되고, 떠났던 회사와 직원들이 돌아오면서 지역 경기도 활기를 띄고 있다”며 “고객의 취향에 비즈니스 아이템을 잘 맞춘다면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소가 취급하는 품목은 그동안 기업에서 선물용으로 사용하던 아이템이 주종이었다. 그러나 점차 거주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아이템과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임 사장은 “낫소 스트릿과 풀턴 스트릿 지역은 한국의 명동처럼 통행하기 불편할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는데 9.11 이후 10분의1 수준으로 통행량이 줄었었다”고 말했다. 매출이 떨어지고 비즈니스 의욕이 꺾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브루클린이나 뉴저지로 업소를 옮길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임 사장은 “그동안 단골 회사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버틸 수 있었다”며 “요즘은 전반적인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어 비즈니스할만하다”고 말했다. 매출도 예전의 80-90%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다.임 사장은 “비싼 렌트 등이 문제지만 월드트레이드센터 재건과 함께 이 지역이 주거 지역으로 계속 발전한다면 우리같은 비즈니스도 잘 될 것”이라고 희망찬 전망을 내놓았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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