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태목사(뉴욕신학대학원 명예교수)
밀밭에 가라지가 웬 말인가? 가라지(tare)는 독보리, 퇴보된 밀, 가짜 밀, 해로운 잡초(noxious weeds in good fields)라고 불리기도 했다. 어찌하여 세상에, 마음속에, 교회에까지 악이 침투되어 있는가 함이다. 이 비유는 악의 비밀을 설명하지 못하나 악의 실재를 인증(認證)한다. 악은
악이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가라지를 뽑아 버리고 싶어 한다. 가라지를 그냥 버려둠은 곡식을 잘못 뽑을까봐 참는 것이다. 교회 안의 방해꾼(trouble maker)들도 가라지 같아 뽑기 어렵다. 그러나 ‘나’ 자신이 가라지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숙청·숙정이라는 게 그리 쉬울까?
예수님께서 그의 가르침에서 사용한 ‘비유의 방법’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예리하다. 이 가라지의 비유에서 그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들리지 않는가? “자기비판에는 엄격하되 남을 정죄하는 일에는 조급하지 말 것.”
가라지는 어렸을 때·젊었을 때는 곡식과 분간하기 어렵다. 이삭이 난 후에는 분명히 제 모습이 드러나나 그때는 그 뿌리가 곡식 뿌리와 엉켜 있어 가라지를 뽑으면 곡식 뿌리까지 뽑힐 우려가 있다. 비는 착한 사람의 밭에도 내리고 악인의 밭에도 내린다. 이 세상 좋은 밭은 곡식까지 전유물이 아니고 가라지의 침투를 배제할 수 없다. 밀(wheat)과 가라지가 함께 총생하는 ‘밭’은 무엇인가? 성경에 비유의 설명이 있다. 밭은 세상이요, 좋은 씨는 천국의 자녀요, 가라지는 악한 자의 자녀요, 가라지 씨를 심는 자는 원수·마귀요, 추수 때는 심판의 때(세상끝)요, 추수꾼은 천사들이라 했다. 이 세상에서 넘어지게 하는 자와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거두어내어 풀무불에 던져 넣는 것이 인자의 심판이라 했다.
좋은 씨를 망치려는 적성(敵性)세력이 세상에 많다. 선악의 구별은 간단치 않다. 선인 같은 악인, 악인 같은 선인도 있다. 가짜는 진짜를 가장하되 “참 진짜”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판단이 추수 때까지 미루어진다는 것은 심히 괴로운 일이 아닐까? 죄인이 성자되는 수도 있다. 기다리는 것은 단순히 참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건설하는 ‘비판자’는 될 수 있어도 경솔한 ‘심판자’는 될 수 없다. “남을 심판하지 말라” “부분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치 말라.” 이 비유에서 들려오는 주님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밀밭에 마귀가 몰래 가라지 씨를 뿌린다. 아마 밤사이에 뿌렸을 것이다. 마귀는 간교(cunning)하다. 그런데 이 일은 밭을 지키는 일꾼들(servants)이 잠자는 동안에 일어난다. 마귀는 언제나 비겁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한다. 잠깨어 있음(vigilant)이 일꾼의 자세다. 좋은 땅에 나쁜 씨가 뿌려질지라도 열매 맺힐 때까지는 분간할 수 없다. 마귀도 교회에 다니고 기도하고 성경보고 헌금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가 그 중심에 있는지가 문제다. 마귀는 모든 것을 전부 가장할 수 있을지라도 그 마음의 지성소는 열어 보일 수 없다.
“우리의 마음의 밭에 마귀가 가라지 씨를 뿌렸는지의 여부를 가려내는 길은 없을까? 주께서 우리의 마음을 점령하면 점령할수록 마귀의 자리는 점점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나는 밀이다” “너는 가라지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죽기 전에 그를 판단치 않으신다(존슨).” 심판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참으면서 우리의 판단을 보류하기란 쉽지 않다. 이 비유에서 밭주인이 그의 밭에 독보리(가라지)가 자라고 있다는 말을 듣고 원수가 한 짓이라고 단정한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경험 속에서 “나는 그때 거기에서 사탄을 만났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악이 존재하는 이유를 따지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예수님은 악한 힘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엄연한 현실에 우리를 주목케 한다. 그리고 안전한 길은 결코 홀로 걷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영혼의 목자)와 함께 걷는 것이라고 일깨워 준다. 한 발자국 앞선 해석을 결론으로 달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예수님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함으로써 그는 자동적으로 밀이 되거나 가라지가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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