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의외성을 좋아한다. 금세 내성이 생겨 항상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가 귀한 이유다. 영화에서 조연이 그렇다. 조연 배우의 감칠나는 연기는 작품의 맛을 돋우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동시에 주연 배우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 조희봉은 자기 역할을 100% 이상 수행한 조연이라 할 만하다. 조희봉은 최근 개봉된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과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 잇따라 출연하며 ‘조희봉’이라는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죽어도 해피엔딩>에서 진한 사투리가 매력적인 조직 폭력배 두목 최사장을 연기했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는 주인공의 어리바리한 친구 정길 역이다. “사투리가 인상적이다”는 말에 조희봉은 “줄곧 강남 살았다”는 말로 되받아친다.
“사투리요? 얼마나 어색했는데요. 사투리는 말투만 바꿔서 될 게 아니더라고요. ‘소울(soul)’을 따라가야 해요. 저변에 깔린 그 지역민의 느낌은 못 잡겠더라고요. 좋게 보셨다면 감사하죠. 이번에 공교롭게 두 작품이 동시에 개봉됐어요. 둘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조희봉은 다양한 인상을 가졌다. 강한 눈빛을 쏘아 붙일 때는 영락없는 ‘어깨’다. 하지만 고개를 젓고 눈을 한번 풀고 나면 스스로 말하는 ‘오지랖 좁은 A형 남자’다.
다양한 인상만큼 닮은 사람도 많다. <죽어도 해피엔딩>에서는 함께 출연하는 정두홍 무술감독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인상을 풍긴다. 조희봉은 “더 잘생긴 분도 있는데…”라며 말꼬리를 살짝 흐린다. 배우 이병헌을 닮았다고 슬쩍 던진다. 크게 웃고 나서 다시 보니 정말 닮았다.
“이거야! 바로 이런 반응이에요. 처음에 이 얘기를 하면 다 똑 같은 반응을 보여. (웃으며)나중에는 다 인정하시더라고요. 이병헌 닮았다고 공짜 술도 먹어봤어요. 한 명 더 얘기하자면… 가수 김동률 닮았다는 얘기도 가끔 들어요. (쑥스러워하며) 노래도 언뜻 비슷하게 부를 수 있어요.”
조희봉은 영화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너무 떨렸다. 매니저와 코디네이터도 없이 혼자 앉아 있으려니 어색했다. 댄스 가수 구준엽, 뮤지컬 배우 출신인 신성록에 이어 춤을 추라고 했다.
“술 안 마시고 춤춘 건 처음이었어요. 사실 그것보다는 잘 추는데… 녹화 마치고 맥주를 한 잔 마시는데 여전히 눈꺼풀이 떨리더라고요.”
조희봉은 소위 말하는 ‘강남 한복판’에 살았다. 고3 때는 반장도 했다. 대학에 입학했고, 경제학을 전공했다. 관심은 연기에 있었다.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현관문 앞을 지키시던 아버지는 가방 속에 있던 대본을 찢어버리셨다.
“연세가 들수록 약해지셨죠. 연극한답시고 집에 잘 안 들어오니까 아예 ‘그쪽 가서 살자’며 이사를 하셨어요. 이제는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시죠. 이사를 했으니 이제는 ‘강남 사람’이 아니에요.”
조희봉의 다음 행보는 브라운관이다. KBS 미니시리즈 <홍길동>에 광해군 역할로 캐스팅됐다. 왕 역할은 처음이다. 조희봉은 “허무적이고 퇴폐적인 왕이죠. 연극에서 내시 역할로 시작했는데 왕도 해 보네요. 새로운 느낌의 왕을 그려보려고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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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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