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우리를 보고 웃고
우리는 산을 보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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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과 씨는 어우러져 수확을 앞둔 포도가 영글도록 따가우면서도 청량했다. 머물러 있길 바라지만 벌써 중반이다. 사라토사 산본스카이 팍은 이름 그대로 공중에 걸린 길을 오르는 묘미를 선사한다.
설악산 봉정암 깔끄막 오름길 같은 그 곳에 수원스님, 대석스님, 여준스님, 형전스님, 전날 한국에서 도착하신 일진스님과 정토회와 수선회, 청년회 회원 ,막내 욱진이까지 약 40여명이 손 붙잡고 올랐다.
송글송글 맺히는 땀이 어느 새 줄줄 흐른다. 자세 하나 흐트러짐 없는 삼보사 주지 대석 스님은 끙끙대는 우릴 보고 온화하게 웃으신다. 언제나 우리 중생네는 안심으로 걸을꺼나.
발걸음이 경쾌한 수원스님께 지난 밤에 잘 주무셨어요? 인사 올리며 평소에 궁금했던 잠의 실체를 여쭸다.
“우리 몸은 자연의 산물입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산업 사회로 들어 빌딩 안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앉아서만 일하거나 오랫동안 서 있더라도 발바닥 경혈 자극 없이 서 있기만 하면 힘들게 일하고도 잠들기가 어렵습니다. 숙면을 위해서는 피트니스 센터보다는 야외에서 해와 함께 걷는 것이 더 좋습니다. 특히 운동 중에 산행은 으뜸입니다. 우리가 일부러 연합 산행을 하는 이유도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눠 먹어 더 꿀맛 같은 점심 공양 뒤에, 신규영 거사는 원, 투, 쓰리, 포 게임을 이끌었다. 지렁이의 경상도 사투리 ‘꺽갱이’, 전라도 사투리 ‘그시랑’, 표준어인 ‘지렁이’, 그리고 영어 ‘슬러그’의 네 팀을 나누어 합창으로 다른 팀을 호명하는 것이었는데, 팀의 이름조차 까먹는 고문관 때문에 슬러그 팀이 일찌기 탈락했고, 젊은 청년의 지렁이 팀이 1등하여, 백련화 보살이 준비한 선물을 탔다. 어느 누구도 뭘 준비했네 내세우지 않는 우리 불자들, 황기준 거사의 만담까지, 하하호호를 바라보는 따스한 스님들의 미소…, 그리고 우리는 대가족이 되어갔다.
하산하기 전에 송년 법회에 대한 진지한 토론에 들어가 장소 선정은 9월 중순까지 계약하기로 정하고, 불교청년회가 준비한 부처님의 일대기를 표현한 성극 준비를 설명하고 합창단의 노래 준비, 각 사찰의 재주꾼을 섭외하고, 특별히 재가불자연합을 결속하여 내실 있고 화합하는 법회를 이끌어 가자는 다짐을 한, 가을을 포식한 산행 길이었다. 다음 번 산행은 카스트로 밸리, 레이크 샤봇으로 정하고 날짜는 추후 통보한다.
<배경순 객원기자> fatt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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