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줄테니 최고 품질로 생산해 다오”
중소 커피회사들 원산지 농장과 직교역
‘국제 커피맛 경연대회’ 열어 새 맛 찾기도
완벽한 커피 한잔을 찾기 위해서라면 세상 어디건 가고, 어떤 값이건 치르고, 어떤 일이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틀랜드주 오리건의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시카고의 ‘인텔리겐차 커피 로스터스 앤드티 트레이더스’,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램의 ‘카운터 컬처 커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 당장 손에 쥘 것이 없어도 오지의 농장에서 열리는 회의에 달려가는 이들은 그것이 커피 비즈니스의 재탄생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단계임을 잘 안다.
<커핑용 커피 원두.>
“절묘하고 독특한 커피의 원산지를 찾아내는 기막힌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평하는 커피감식 웹사이트 www. coffeegeek.com의 편집장 마크 프린스의 말에 커피 잡지 ‘로스트’의 발행인 카니 블룸하트도 동감한다. “일부 소규모 로스터들은 그들을 커피의 신처럼 추앙합니다. 현재는 그들이 리더라고 볼 수 있죠”
‘스텀프타운’의 주인 드웨인 소렌슨은 예멘의 먼지 나는 시골길을 트럭으로 털털거리며 달리거나 프로펠러 비행기로 아라비아의 밤 하늘을 누비며 마음이 열린 농장주를 찾는다. 그렇게 찾은 농장주에게 그는 더 나은 커피콩을 수확하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값을 치르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온다.
<조지 하월이 커핑중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들이 하는 비즈니스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가 ‘직교역’이다.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커피 원두를 브로커가 아니라 원두를 기른 농부나 협동조합에서 직접 사들이는 것이다.
원두 구입자와 농부간 철저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 직교역은 커피를 다국적 기업이 브로커를 통해 최저가로 초대량 구입하는, 아직도 우세한 구식 비즈니스 모델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 방식은 또한 최소한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서는 ‘페어 트레이드’나 ‘버드프렌들리’‘오개닉’이라는 레이블 보다 한 단계 개선된 것이다. 그런 레이블은 커피의 재배 방식을 밝혀 소비자들로 하여금 좀 더 비싼 값에 사도록 설득하지만 커피의 맛이나 질에 대한 보증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직교역 커피 회사들은 환경친화적인 재배방식과 ‘페어 트레이드’보다 더 높은 가격이 모두 견실한 사업관행이자 커피 맛도 더 낫게 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해마다 몇달씩을 농장 방문에 바치면서 이들은 최선을 다해 생산된 커피를 책임을 다해 구입해서 주의깊게 로스트한 커피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서 최고의 커피를 파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서추세츠주 액튼에서 ‘조지 하월 커피 컴퍼니’라는 로스팅 회사를 운영하는 조지 하월은 자신의 임무는 “커피 맛의 탐구”라고 말한다. 1974년에 이 업종에 뛰어 든 후 좋은 커피를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왔다는 그는 “우리는 과거 맛보지 못했던, 정말로 깨끗한 커피에 밴 전혀 다른 과일과 꽃의 맛을 보곤 합니다. 그것은 커피를 마구 섞어서 평균적인 제품으로 만드는 구식 거래 방식에서는 사라지거나 희석되어 버리는 맛이지요”
<‘조지 하월 커피’에서 커핑이 준비되고 있다.>
사실 이 직교역 로스터들은 더 훌륭한 커피를 찾기 위해 기존의 거래 체제를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피츠’나 ‘스타벅스’의 뒤를 잇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스타벅스’가 작년에 사들인 커피가 3억파운드가 넘는데 비해 직교역 로스터 중 가장 큰 회사인 ‘인텔리겐차’는 200만파운드를 구입했을 뿐이다.
이들은 때로 우연히 좋은 커피 농장을 발견하기도 한다. ‘카운터 컬처 커피’의 공동 소유주인 피터 줄리아노는 중미에서 특히 품질 좋은 원두를 내는 품종인 게이샤를 심는 농장을 우연히 찾아내게 됐다.
그러나 그보다는 커피맛 경연대회를 통해 농부와 연결된다. 그중에서 가장 권위있는 것이 연례 ‘컵 오브 엑설런스’ 대회로 미국에 있는 비영리단체가 8개 커피 재배국에서 주최한다. ‘커피의 올림픽’ 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커피 맛을 다 보려면 10일씩 걸리기도 하는데 대회 종료 후 출품된 커피는 온라인으로 경매된다.
‘스텀프타운’의 소렌슨은 최근 올해 ‘니카라과 컵 오브 엑설런스’ 대회 우승 원두 구입에 10만달러 이상을 섰다. 니카라과의 라스 골론드리나스 농장에서 난 이 원두는 파운드당 가격이 작년도 우승 원두 값보다 거의 40달러가 비싼 47달러6센트나 되는데 소렌슨은 “망고, 복숭아, 캔털롭과 재스민 꽃 향기가 나는 이 커피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카운터 컬처 커피’도 엘살바도르의 핀카 마우리타니아 농장이 2003년에 ‘엘살바도르 컵 오브 엑설런스’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그 커피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품질 개선의 가장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커피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다. 10년쯤 전만해도 흔치 않던 방법이었는데 ‘커핑’(커피의 품질평가를 위해 공식적으로 여러 단계에 걸쳐 맛을 본다는 커피업계 용어)을 통해 농부들은 구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품질을 개선시키면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이 따라야 하므로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어떤 미국 사람이 시켜서가 아니라 농부 스스로가 알아야 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평가 기술을 가져야 자기 농장에서 나온 커피의 맛을 알고 그 가치를 알게 되지요”
‘커핑’은 또 로스터들이 이미 좋은 커피 중에서도 최상품을 가려 살 수 있게 해준다. 농장의 구획, 커피 나무, 익은 정도와 수확 시기에 따라 다른 컵에 담은 커피 맛을 보고 최상품을 골라 더 비싸게 사서, 따로 볶아서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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