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철 목사 칼럼 / 오클랜드 성결교회 담임
독서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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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이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조국의 경우에는 중, 고등학생들이 하루 평균 3시간은 인터넷 게임을 즐긴다는 보고다. 거의 중독증세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지만 게임에 열중하면 할수록 집중력은 떨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산만해지고 산만함은 정서적 불안을 야기하여 성격 형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에 사로잡히면 자연히 가상현실에 빠져 현실감각의 인지능력도 저하된다. 최근에 어느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일일독서시간에 있어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라는 충격적인 보고가 나왔다. 1위에는 90분의 인도, 2위에는 78분의 태국, 3위에는 66분의 중국, 세계평균 일일독서시간은 평균 54분인데 한국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4분으로서 최하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IT강국이라는 명성 뒤에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 도사리고 있다.
전자도서의 등장으로 종이책의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종이책의 유효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책장을 넘기며 줄을 긋고 여백에 깨알 같은 글씨를 남기는 즐거움은 종이책에서만 가능하다. 반딧불이나 호롱불 밑에서 책을 읽던 예전의 삶은 이제는 낭만어린 추억이 되었다. 가로등 불빛을 찾아, 또는 달빛에 책을 들여다보던 옛날이 그래서 더욱 그리워지는가 보다. 구석으로 밀려난 책들이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서가에 꽂힌 장식용 책들에 손때가 묻어야 한다. 책은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펼쳐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책은 지식의 기초다지기에 큰 힘이 있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 가운데 가시가 돋아난다.”고 했다. 책을 보면 생각이 바뀌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도 변한다. 시야가 넓어진다. 소설가 이철환은 “책이란 세상을 건너는 징검다리”라 했다.
우리가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이유는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실은 대학 가기 위해 공부에 매달린다. 일류학교만이 지상최대의 목표다. 기껏 한다는 독서도 지식과 교양이 아니라 전공과 취업을 위한 책에만 집중되어 있다. 전공서적만 탐독하다 보니 자기 분야에서는 지식을 쌓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문외한이 되어 싸늘한 기능인간, 기술인간에 머무를 뿐이다. 이현무 씨는 20년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옥하여 생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하루 평균 서너 권씩 책을 읽었다고 한다. 하루 세권만 해도 일년이면 약 천권, 20년 세월이니까 이만권의 서적을 읽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변화를 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살린 것이 책이라고까지 힘주어 말했다.
숙종 때의 시인 김득신(金得臣, 1604-1684)은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을 이끌었던 진주목사 김시민의 손자다. 그는 좋은 글을 반드시 만 번 이상 읽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를 “유사 이래 이 지구상에서 가장 굉장한 독서광”이라 했다. <사기>의 〈백이전(伯夷傳)〉은 1억 1만 3천 번을 읽었는데, 이때 1억은 지금의 10만을 가리키니, 실제 그가 읽은 횟수는 11만 3천 번이다. 미국 6대 은행의 하나로 2,700억불의 자산을 자랑하는 Bank One의 CEO 제임스 디먼은 17년간 봉직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후 하고 싶은 일 20가지를 적고 독서에 탐닉했다. “책은 사람을 깨우쳐준다.”는 그의 말은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다시 한번 다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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