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정신이 그립다 -교회 창립 104년에 부쳐
박효원 목사(상항 한국인 연합감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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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항 한국인 연합감리교회가 지난 9월 23일로 창립 104년을 맞았다.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역사이니, 미국 한인의 이민 역사는 상항 한국인 연합감리교회의 역사를 떼고 말할 수 없으리라.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본다.
전통이란 세대를 이어가면서도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뜻이니, 백 년이 넘도록 상항 한국인 연합감리교회가 가졌던 정체성은 무엇이었는가?
자기 정체성이란 마음 속에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 얻는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미국 땅에 살았던 우리의 전 세대와 선배들은 무엇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했을까?
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신앙의 선배들이 가졌던 정체성을 ‘대도’(大道)로 본다.
대도는 본래1908년 초대 목회자였던 양주삼 목사에 의하여 발행된 교회 월간지 이름(Korean Evangel)이었다.
대도란 ‘큰 길’이란 뜻이다. 성도인신(成道人身) 즉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대도라고 할 수 있겠고, 예수님이 자신은 곧 ‘길’이라고 하셨으니 따라가면 하나님께 이르는 길을 대도라고 할 수 있겠다.
’대도’에는 한국인의 말과 정신이 갖고 있는 묘미가 숨어 있다.
도(道)라는 낱말은 협의(俠義)로는 길이지만, 광의(廣義)로는 다양하고도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대도(大道)라고 하였으니 얼마나 원대한가?
선배들이 대도를 강조했음은 그들이 한국인으로 또 그리스도인으로 그 길을 걸으려고 했고 그 정신으로 살려고 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더 적극적이었고,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가리지 않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 감리교인만 모이는 교회라고 교파주의를 표방한 적 없고, 일을 함에 있어서 교회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았다.
이와 비교하여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교파주의와 종파주의에 매어 있고, 추구하는 신앙이 고작 교회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 고향을 떠나 사는 동포이면서 어찌 신앙인 불신앙인을 갈라 차별하며, 경쟁하듯 붙들고 전도하는 것이 동포를 위한 일인 듯 행동하는가?
신앙의 선배들이 품었던 대도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가 됐다. 대도정신을 우리의 전통으로 삼고 신앙운동으로 되살리기를.
우리가 제비나 참새 같이 째째해서야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큰 뜻을 알 수 있겠는가? (燕雀安知 鴻鵠之志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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