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남북한 공동 번영을 목표로 한 ‘2007 남북 정상선언’에 서명했다.
이번 선언은 지난 2000년 남북 정상 간의 첫 만남의 산물인 ‘6.15 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아 확대 심화시킨 것으로 대대적인 남북경협을 비롯, 대북 투자, 군사 충돌 방지를 위한 구상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을 끌어오던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타결 소식과 거의 동시에 이뤄진 이번 선언이 실천에 옮겨질 경우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의 꽃이 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세계 투자가들의 발목을 잡아온 핵 리스크가 사라지고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합쳐질 경우 제2의 경제 부흥이 찾아오리라는 전망이 헛된 기대는 아니다.
성급한 낙관은 금물
그러나 이번 선언만으로 남북한 긴장 관계가 모두 해소되고 통일의 날이 성큼 다가왔다고 믿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1972년 역사적인 7.4 남북 공동성명 때부터 남북 관계는 부푼 기대와 여지없는 좌절을 반복해왔다. 처음 예상과는 달리 성명 발표 후 남한은 유신 독재, 북한은 주석 독재 체제로 바뀌면서 남북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1994년에는 북한 핵 개발로 인한 위기가 닥치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전쟁 준비에 들어가는 등 한 때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으나 제네바 협정 타결로 일촉즉발의 상태가 진정됐다.
그러나 북한이 협정의 정신을 무시하고 몰래 핵무기를 개발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으며 꼭 1년 전인 작년 10월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10.4 선언과 6자 회담 타결로 한반도에는 평화의 서광이 비치고 있지만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 북한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번 합의 사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협 문제도 북한의 도로, 철도, 항만 시설 등 보수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 불분명한 상태며 한국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납북자, 국군 포로 문제도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을 뿐 시원한 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6자회담 좋은 전조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남북 관계를 조심스레 낙관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 핵 물질 시리아 이전설 등 악재가 터진 가운데서도 6자 회담이 타결됐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핵 폐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2,500만 달러 상당의 원유를 북한에 제공키로 했으며 연말까지 핵 불능화를 조건으로 테러국 리스트에서 북한을 빼주고 핵 폐기가 완료되면 수교까지 가는 길을 터놓았다. 모두 북한이 간절히 원하던 바다.
이렇게 된 데는 미국을 끝까지 적으로 돌리고는 경제 발전도 국제적 고립 탈피도 불가능하다는 북한의 판단도 판단이지만 이라크에서 힘이 빠진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폐기라는 외교적 성과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고 김정일을 ‘피그미’라고 조롱하던 과거와는 천양지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 실천의지 기대
어찌됐든 6자 회담에서 이뤄진 합의가 순조롭게 실천에 옮겨져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10.4 선언에서 밝힌 경협 사업이 이뤄진다면 한반도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남북한은 물론 주변 당사국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합의 실천 의지다. 이번 양국 정상 간의 합의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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