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미흡한 행사 진행으로 영화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개막식에는 세계 영화계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가 예정된 핸드프린팅에 나타나지 않았는가 하면 6일 영화 (감독 이명세ㆍ제작 프로덕션 M)의 기자회견장이 비좁아 예정보다 40분이나 지난 뒤 회견이 시작되는 바람에 김동호 위원장이 사과를 하는 등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또 이명박 등 대선 후보의 잔치처럼 변질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엔리오 모리꼬네는 4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 야외상영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지만 주최측이 제대로 안내를 해 주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겨우 자리에 앉았다.
불과 3시간30분 뒤인 오후 10시30분에 열린 개막파티에는 불참했다. 개막파티에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핸드 프린팅이 중요 행사로 잡혀 있었다. 때문에 “영화제의 성의 없는 태도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명세 감독의 이 부산영화제가 유망작으로 꼽는 갈라 프리젠터이션에 선정돼 6일 오후 4시 파라다이스호텔 시드니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2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들었지만 겨우 7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회견장으로 잡아놓아 빈축을 샀다.
이명세 감독과 강동원 공효진 이연희 등 참석자들이 모두 정시에 도착했지만 장내 정리가 되지 않아 40분 지나서야 회견이 시작됐다. 김동호 위원장은 “오늘 좁은 장소를 선정해 지장을 초래한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강동원 공효진 이명세 감독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동원은 이미 지난 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팬들이 몰려 사고가 날 뻔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더구나 국내 취재진만으로도 100여 명 이상 몰리는 게 일반적이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45초 만에 매진된 작품인데다 외신 기자들까지 포함된 회견에 장소 선정을 잘못한 부분에 대해 기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제작사측은 “강동원의 유명세 때문에 더 큰 회견장을 요구했지만 영화제 측에서 거절했다”고 말했고, 영화제측은 “갈라 프리젠테이션은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했다.
이밖에 이명박 등 대선 후보들이 개막식에서 레드 카펫을 밟고 등장하는가 하면 개막 파티에 10여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나 격의 없이 어울리는 영화인의 축제 분위기를 망쳐 놓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화인들은 “인간적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제였는데 너무 형식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 “작은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쓸쓸히 소주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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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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