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을을 천고음비(天高音肥)의 계절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풍성한 음악 축제가 줄지어 가을을 택하고 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끄는 <그랜트민트페스티벌 2007>(이하 GMF2007)이 6일과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졌다.
시끄럽지 않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들과 함께 서울 도심에서 휴식과 여유를 만끽하자는 취지의 축제다.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은 소풍 같은 가을 음악 축제의 면면을 살펴봤다.
#비(非)방송용(?) 음악-음악인 다 모였다.
는 국내외 실력파 뮤지션 총 51개 팀이 올림픽테니스경기장인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수변무대 ‘러빙 포레스트 가든’ 그리고 야외 특설무대인 ‘블라섬 하우스’ 등에서 가을과 잘 어울리는 발라드와 록 발라드 그리고 모던록 등 감성적인 음악을 펼쳐냈다.
무대 위에 선 아티스트들도 이전에 없던 페스티벌에 오른 덕분인지 주로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즉 비방용(?)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빅마마는 “방송에서 하지 않았던 곡을 하겠다”며 우수에 젖은 라틴곡을 불렀다. 이상은도 “TV출연 보다 공연 무대가 역시 편하다”며 <비밀의 화원>을 부를 때, 관객들과 함께 덩실덩실 흥겨운 춤을 추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프랑스 출신 밴드 타히티 에이티는 국내 팬들을 위해 편곡도 새롭게 하며 첫 한국 공연에 많은 공을 들였다.
둘째 날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오후 갑작스러운 비에도 방송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마이앤트메리 이승열 스웨터 스페이스 켈리 등이 뜨거운 무대 매너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오랜만에 공식 무대에 선 윤상 유희열 루시드폴도 반가웠다.
방송에서 입담을 과시하던 뜨거운 감자의 김C가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와 프로젝트 그룹 페퍼민트클럽을 만들어 음악성을 뽐낸 것도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스위트피 골수팬이라는 황혜영씨는 “팬들도 좋았지만 뮤지션들이 더욱 흥분된 모습이었다. 평소 무대에서 말이 없던 뮤지션들도 관객과 대화를 많이 하더라. 무엇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라인업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신개념 음악소풍 안착하다
음악 페스티벌이 기존에 가지던 이미지는 다소 거칠다. 록음악이 중심으로 페스티벌이 기획된 탓이다. 맥주와 담배에 흠뻑 젖어 펄펄 뛰면서 즐겨야 제 맛이라는 선입견이 굳어질 만하다. 여름을 뜨겁게 달구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은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앞선 펜타포트의 정반대에 위치한다. 도심의 공원에서 감성적인 음악을 휴식과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펜타포트의 필수품이 진흙밭을 걸을 장화와 갈증을 달랠 시원한 맥주라면 는 편안히 앉을 돗자리와 따스한 민트티가 되는 것도 그 이유다.
의 총 기획자인 이종현 대표는 “도시적인 세련됨과 청량한 여유를 기본 개념으로 했다. 피크닉와 음악 페스티벌의 결합으로 관객은 가벼운 마음으로 도시락을 싸들고 나와 공연을 보며 문화적인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관객은 편안한 차림으로 산보하듯 공연장을 오가며 뮤지션들과 호흡했다. 공연장 뒤편에는 치킨 배달을 시켜먹거나 따스한 국물을 마시는 친숙한 모습도 목격됐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단위 관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축제의 취지에 부합되는 피크닉 컨셉트였다.
수변무대인 러빙포레스트 가든은 이번 축제가 가장 어울리는 무대로 관객의 큰 사랑을 독차지했다. 뮤지션들은 관객과 불과 3미터가 채 안되는 거리에서 생생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었다. 무대는 채 1미터가 안됐던 곳으로 앞 관객이 흥에 겨워 일어나면 뒤쪽 관객이 무대가 잘 안보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를 문제삼는 관객은 없었다. 관객들은 가수의 호흡과 연주자의 눈짓까지 볼 수 있는 근거리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하는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공연장 곁에는 사인회도 함께 진행하며 가깝고 친숙한 페스티벌로 한발 더 나아갔다.
#축제가 끝나고….
은 이틀 동안 1만2,000여명을 불러모으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첫 시작이라는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예기치 못한 운영상의 미숙함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우선 51개팀 130명의 아티스트들을 2일에 배분하면서 팀간의 준비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앞팀이 앙코르 곡이라고 하면 기다리던 팀의 무대 준비가 늦어져 30분 이상을 관객이 기다려야 했다.
시간대에 맞아떨어지지 못한 아티스트 배치도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6일 오전 11시부터 DJ를 열심히 했던 지누의 무대가 대표적이다. 뜨거운 가을볕에 관객이 뛰어난 선곡이나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서 안타까움을 줬다. 오후 늦게나 저녁시간과 어울릴 법한 무대였다는 것이 관객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수변무대에서는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나머지 일부 몰지각한 관객들이 뮤지션의 코앞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찍기에 몰두했던 것도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진행요원이 적절하게 제지하지 못하면서 공연에 큰 방해를 주었다.
이종현 대표는 “계획했던 문화 강좌나 이벤트 등이 공연장 사정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공연과 관련해서 불만스러운 점이나 개선 의견 등을 수렴해서 가장 큰 부분들부터 하나씩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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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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