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 식사에 콜라 4ℓ 마셔요
하루에 한 끼 먹어요. 햄버거 하나, 감자튀김 한 봉지, 그리고 치킨너겟 20개 정도? 중요한 것은 다이어트 콜라 4ℓ를 마신다는 거예요. 음료를 많이 마셔야 해요(웃음).
역시 달라도 뭔가 달랐다. 페트병 하나가 1.5ℓ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한 끼 식사에 페트병 세 개 정도 되는 음료를 마신다는 얘기다. 사람으로서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아무리 다이어트 콜라라지만 콜라를 그 정도 마신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165㎝에 47㎏, 허리 사이즈 23인치의 가녀린 몸매다.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빨리먹기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재미동포 이선경(40)씨를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탄현 SBS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저녁 녹화가 진행되는 SBS TV ‘놀라운 대회 스타킹’의 초청으로 14일 내한했다. 지금껏 열린 빨리먹기대회에 80여 회 출전, 50회가량 우승을 차지한 그는 ‘흑거미’라는 별명으로 미국에서 유명하다. 홍콩과 캐나다, 영국 등지의 대회에도 초청받아 출전했다고 하니 ‘월드스타’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DC 버지니아의 공군기지 내 패스트푸드 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각종 빨리먹기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는 핫도그를 12분에 50개 먹어치우는 과제에 도전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언제 미국에 이민 갔나.
▲전북 군산에서 나고 자랐다. 1996년 말 혼자서 이민을 갔다. 미국 워싱턴에서 11년째 살고 있다.
--어떻게 이민을 가게 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이핑을 하는 사무직으로 회사생활을 했다. 하루종일 앉아서 타이핑만 하는 일이 재미없어 야간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게 됐다. 졸업하니 25살이 됐는데 다시 취직을 하려니 나이가 많다며 받아주는 데가 없더라.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해서 이민을 결심하게 됐다.
--먹기대회는 어떻게 출전하게 됐나.
▲2002년 TV를 보다가 일본의 고바야시 씨가 출전한 핫도그 먹기대회를 보게 됐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도전 의욕이 생겼다. 평소 먹성이 좋았고, 먹을 때 ‘참 맛있게 먹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처음부터 잘 먹게 됐나.
▲아니다. 예선을 통과하려면 12분에 핫도그를 15~20개 정도 먹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1분에 한 개도 못 먹겠더라. 그래서 포기했다. 그러다 ‘남들도 하는데 왜 난 못하나’ 하는 생각에 3개월 후 다시 도전했다. 그때 해보니 50초에 한 개를 먹었고 계속 연습한 결과 12분에 15개를 먹을 수 있게 됐다. 2003년 6월27일 처음 출전한 핫도그 먹기대회 예선에서 12분에 18개를 먹어 우승을 차지했고 곧이어 출전한 본선에서 20명 중 4등을 차지했다. 그때는 12분에 25개를 먹었다.
--지금껏 기록이 어떻게 되는가.
▲빨리먹기대회의 여자 기록을 22번 경신했다. 지난 4년간 80회 정도 출전해 45~50회 정도 우승을 차지했다. 홍콩에서는 딤섬을 10분에 210개 먹어치웠고, 영국에서는 작은 파이를 10분에 46개 먹었다. 둘다 우승을 차지했는데 2등과 차이가 엄청났다. 기네스북에 오르려면 대회 전에 먼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해 기네스북에 오르지는 못했다.
--어떤 음식들을 먹었나.
▲햄버거, 삶은 계란, 생굴, 닭날개 튀김, 칠면조 고기, 피자, 콩, 매운 고추 등 아주 다양하다.
--먹으면 다 소화가 되나. 건강에 이상은 없나.
▲다 소화된다. 대회 출전하기 전 하루 정도 굶고 대회 후에는 12시간 정도 지나면 소화가 된다. 그래도 한계치는 있다. 먹는 총량이 10㎏를 초과하면 몸이 못 받아들인다. 3년 전에 위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만 위가 남들보다 좀 크다고 하더라(웃음). 건강에 이상이 전혀 없고 아픈 적도 없다.
--예전부터 지금의 몸매였나.
▲아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오히려 살이 쪘었다. 60㎏ 정도 나갔다.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면서 밥 대신 군것질만 했더니 살이 쪘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하루에 14~15시간씩 서서 바쁘게 일하다보니 살이 빠졌다. 또 일을 끝낸 후에도 러닝머신 위에서 1시간씩 걷기를 했다.
--패스트푸드와 콜라를 주로 먹는데 살이 안 찌는가.
▲사람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자튀김을 아주 좋아한다. 감자튀김만으로 식사를 때울 때도 많다. 콜라를 마시지만 칼로리가 없는 다이어트 콜라 아닌가. 쉬는 날에는 다른 음식을 먹는다.
--평소 어떤 훈련을 하나.
▲씹기 위해서는 턱관절이 좋아야 한다. 남자들에 비해 그 점이 약하다. 평소 마른 오징어를 씹으며 턱의 힘을 기른다. 생굴 같은 것을 먹을 때는 씹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기록이 좋다.
--상금은 많이 받았나.
▲처음에 핫도그 먹기대회에 나갈 때는 상금이 없었다. 그러다 대회들이 커져서 요즘엔 상금이 있다. 지난해에는 상금으로 6천만 원 정도 벌었다. 내 봉급보다 많은 액수다.
--상금도 없었는데 왜 출전했나.
▲명성 때문이다. 유명해지지 않나. 또 원래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승부욕이 강하다. 남한테 지고 못 산다. 대회에 출전하면 전 미국 언론이 주시한다. 인터뷰도 많이 했고 제이 리노 쇼 등 토크쇼에도 나갔다. 광고도 세 번 찍었다.
--앞으로 꿈은 뭔가.
▲내 가게를 내는 것이다. 내 패스트푸드점을 내고 싶다. 알아보니 10억 원 정도 필요하더라.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 먹기대회에는 몸에 이상이 없는 한 계속 출전할 생각이다.
--한국에는 얼마 만에 왔는가.
▲2년반 만에 왔다. 녹화 끝나면 군산 집에 가서 한국 음식을 실컷 먹을 것이다. 25일쯤 돌아가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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