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목소리 높이고, 좀 더 요구합시다”
LA 한인타운 시민단체의 작은 승리가 지난 주 있었다. 생활임금제를 놓고 남가주 한인노동상담소와 줄다리기를 하던 가주마켓이 재개발을 앞두고 LA시 공공정책부에 시간당 임금 인상, 퇴직금 지급 등 복리후생 혜택을 자발적으로 늘리기로 통보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재개발에 따른 이익의 일부를 커뮤니티에 환원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한몫했다.
LA 한인타운은 침체되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이 한창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낙후한 지역의 이미지로 덧칠됐던 한인타운이 부지런히 화려한 외투를 입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인타운에 잇따라 들어서는 고급 콘도와 각종 상업용 건물을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눈은 곱지만은 않다. 재개발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재개발이 커뮤니티에 부여해 줄 혜택의 불확실성과 재개발에 따른 저소득층 몰아내기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개발업자의 배만 불려준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베니핏(benefit)은 여러 가지 형태로 제공될 수 있다. 한인타운에 콘도를 짓는 업자는 전체 유닛 중 일정 부분을 어포더블(affordable) 하우징으로 저소득층 등을 배려할 수 있고, 상업용 비즈니스 건물을 올리는 개발업자는 주변의 지저분한 거리 미화를 위해 나무를 새로 심거나 보도블럭을 새로 설치하는 형태로 커뮤니티에 재개발의 혜택을 나눌 수 있다.
“내 돈으로 내가 건물 짓는데…”라고 배 아픈 재개발업자가 있다면 억울해 할 필요 없다. 커뮤니티 지역민들이 낸 돈이 렌트비로 충당되고 각종 푼돈이 소비로 이어져 해당 건물의 상업용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가. 또한 공사기간 내내 각종 소음과 교통체증을 감내해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그러나 이 같은 커뮤니티 베니핏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는 시민 참여의식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한인타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막 이민을 온 이들이 자리 잡는 한인타운의 특성상 “돈 벌면 주거환경이 좋은 교외로 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은 주인의식이 부족, 거리가 더러워도 욕만 할 뿐 시정하려 하지 않는다. 한인타운 탈출이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계 중 가장 영어 능력이 떨어진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타운을 관할하는 시의원 사무실에 당당히 “더러운 길 좀 치워 달라”고 영어로 요구하는 한인도 많지 않다.
주인의식과 시민 참여의식. 깨끗한 한인타운, 살기 좋은 한인타운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업자를 탓하기 전 주민 스스로 얼마만큼 목소리를 높이고, 납세자로서 정당한 권익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석호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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