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3천명 재외국민 등록 받아놓고
대형 산불나도 통보않고 수수방관
“제 아들하고 연락이 안 돼요. 무사한지 알 길이 없어요.”
남가주에 들이닥친 대형 산불로 유학생 등 자녀를 둔 한국 부모들의 전화가 LA 총영사관으로 빗발치고 있다. 일부 산불 발생 지역은 통신선이 두절, 전화연락 등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A 총영사관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엄마, 언제 집에 가?”- 샌디에고카운티 랜초버나도 지역에서 한 교회로 대피한 한인 어린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이은호 기자>>
주재국에서 비상사태 발생 때 자국민 보호에 나서는 미국 공관과 한국 공관의 대처 방법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재외국민 등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미국 공관과 달리 한국 공관의 재외국민 등록은 남가주에 선포된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LA 총영사관에 등록된 재외국민 등록 건수는 5만2,958건. 재외국민 등록 때 이메일과 전화번호 등을 기입하지만 비상사태가 선포된 남가주 지역에서 이번 산불과 관련한 대피처 등 관련 정보를 받은 사람은 전무하다. LA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한인이 적은 소규모 공관이 아닌 만큼 일일이 연락을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연락처를 이미 확보한 5만2,958건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재외국민 등록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준다. 취업비자 상태로 LA에서 일하는 한인 직장인 이모씨는 “재외공관이 재외국민 등록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똑같이 대접한다면 구태여 등록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 저조한 재외국민 등록비율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자국민 보호에 철저한 주한 미국대사관의 재외국민 등록은 서비스의 차원이 다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국 체류 자국민 중·장·단기 체류자를 가리지 않고 등록을 받고 있으며 등록한 이에게는 여행 또는 주재국 정보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이메일 통보한다.
또한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긴급사태 발생 때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가족과 친척 등이 해당인의 안부를 물을 경우 등록 정보를 이용해 해당인과 접촉, 무사한 지 여부 등도 확인해 주는 등 자국민 보호에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재외국민 등록은 기술적으로도 등록인들에 대한 단체 메일발송이 이뤄지지 않는 등 민간업체에서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에 비하면 후진적인 상태다. 한 관계자는 “일일이 이름 등을 넣고 해당인을 찾아서 연락처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기술적으로 단체 공지 등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LA 총영사관은 재외국민 등록 연락처를 이용한 통보에 대해서 효용성에도 “미국 매체가 훨씬 사태 파악이 빠르지 않겠느냐”라고 밝혔지만 단기 체류자 등이 영어와 미국 상황에 어렵다는 점에서 자국민 보호에 공관이 앉아서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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