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의 대상은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고 퍼붓는 상대방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아내가 두 아이에 대해 잔소리하는 것을 2년여 정도 관찰한 결과입니다.
어느 날 아내가 설거지를 하면서 주방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아내는 설거지하는 싱크대를 쳐다보며 말하고, 아들은 밥을 먹으면서 귀로 듣기만 합니다. 잔소리란 이와 같이 대화하는 상대방의 얼굴이나 눈을 쳐다보지 않고 퍼붓는 언어의 일제사격입니다. 왜 방 청소는 안했니, 요즘에 바지는 그게 뭐냐? 왜 바지가 자꾸 엉덩이 가운데 걸리느냐? 머리는 왜 그 모양이냐? 숙제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 친구 잘 사귀어라. 학교에서 특별활동도 잘 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무슨 활동을 하고 있니? 될 수 있는 대로 여자애들은 한국 아이를 사귀고 미국아이는 너무 깊이 사귀지 마라. 결혼은 한국여자 애하고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라. 기타를 너무 세게 치고 찬송가나 복음성가가 아닌 노래도 하는 것 같은데 그 노래가 도대체 뭐냐? 친구들 하고 극장 너무 자주 다니지 말아라.
이 같이 2분 동안에 줄잡아 주제가 30개에서 50개까지 쏟아져 나옵니다. 수 백 시간을 오직 한 과목을 공부해도 제대로 될까 말까하는 ‘집중의 원리’가 곧 ‘성공의 원리’인데 한국의 엄마들은 수십 개의 주제를 쏟아 부어 놓고 자식보고 소화하라고 합니다. 그 쏟아지는 잔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가 아들이래도 화가 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쳐다보며 넌지시 물었습니다. “아들아 괜찮니?”(Son, Are you ok?) 큰 아들이 고개를 들고 싱긋 웃으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아빠 괜찮아요. 익숙해지고 있는 걸요!”(Daddy, Don’t worry. I get used to it.)
잔소리란 아무리 퍼부어도 상대방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부질없는 일입니다. 저와 아내는 이 문제를 가지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뒤론 저와 아내 모두 다 커서 대학 간 아들들에게 잔소리를 최대한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잔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잔챙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인물은 비전과 창의적인 대화 속에서 만들어졌지, 쏟아 붓는 잔소리를 통하여 이뤄지지 지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소크라테스가 철학자가 된 이유는 아내의 잔소리 때문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잔소리에 남편은 인생에 회의가 들어 고뇌하고 방황하다 철학자가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잔소리는 잔챙이와 인생 회의론 자를 만들어 냅니다. 꿈을 주는 말을 합시다. 소망을 주는 말을 합시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목사
삽화 : 오지연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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