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야 잘 살죠’ ‘작은 차, 큰 기쁨’. 1991년 대우자동차가 출시한 국내 최초의 경차 ‘티코’의 광고 카피다. 티코는 걸프전의 후폭풍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던 당시 소형차 대비 약 200만 원 저렴한 300만 원대 가격과 뛰어난 연비로 돌풍을 일으켰다. 등록세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등에 대한 정부의 약속도 구매욕을 자극했다. 티코는 출시 첫해부터 3만 대나 팔리며 국민차로 자리매김했다.
■35년이 흐른 지금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파도가 덮치면서 경차가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1~4월 국내 경차 등록 대수는 2만 84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8% 급증했다. 특히 1300만 원대에 경차 최고 수준의 연비를 자랑하는 기아 ‘모닝’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59.9% 늘었다.
값싸고 만족도 높은 ‘짠물 소비’는 3고 시대의 뉴노멀이다. 실속파들 사이에서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대신 발품을 팔아 직접 드레스를 빌리고 예식을 준비하는 ‘셀프 웨딩’이 확산하고 있다.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을 공유하는 ‘거지맵’ 애플리케이션도 인기가 높다. 레트로 감성과 실속을 추구하는 2030세대는 동묘시장 같은 전통 시장을 데이트 코스로 찾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백화점과 명품 시장은 ‘최상위 등급 고객(VVIP)’과 ‘영 앤 리치’의 발길이 몰리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티코가 거리를 누비던 때도 오렌지족의 본거지인 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붐볐던 상반된 풍경이 있었지만 고도 성장기이던 당시와 지금의 양극화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
■저성장과 3고가 겹친 복합 위기 속에 서민층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계속될 것이다. 짠물 소비는 고물가를 버티는 서민층의 생존 방식이자 팍팍해진 삶의 자화상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 내수 침체와 K자형 양극화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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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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