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다. 그런데 어느 덧 겨울의 문턱이다. 며칠 후면 감사절이고, 그리고 나면 빨간색 구세군 자선냄비는 어김없이 등장하겠지. 할러데이 시즌의 부산한 발걸음. 그 가운데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지난 나날들이 아지랑이 같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이내 과거로 묻혀 진다. 또 한 해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세밑으로 이어지는 이 시즌은 들뜨는 계절이다. 못 다한 일을 끝내야 한다. 해가 가기 전에 오래 못 본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야 한다. 그것도 어려우면 안부라도 전해야지… 한 해를 갈무리하기에 바쁘다. 거기다가 거리의 쇼윈도는 연말대목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세밑은 그래서 항상 들뜬 분위기에서 정신없이 지나기 십상이다.
이 시즌은 그러나 춥고 음울한 계절이기도 하다. 불법체류자가 돼 가족과 생이별이다. 늙고 병든 몸으로 홀로 지내고 있다. 불경기 여파로 생업을 잃었다. 연말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을 이들은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위로받지 못한다. 그래서 더 춥고, 사람의 품이 몹시 그리운 것이다. 세밑은 이들에게는 ‘차라리 없었으면…’ 싶은 스산한 계절이다.
8순의 할머니들이 목도리를 뜬다. 홈리스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고령으로 운신이 어려울 정도다. 그렇지만 벌써 수년째 펼치고 있는 봉사다. 한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이 쌈짓돈을 모았다. 산불피해자들을 돋기 위해서다. 여기저기서 전개되고 있는 사랑 나누기 운동이다. 흥청망청 보내기 쉬운 계절이다. 그 할러데이 시즌에 노인들이 앞장을 선 이 ‘사랑 나누기’ 운동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나의 조그만 정성이, 또는 극히 작은 선물이 소외된 작은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들에게 다가가 나눌 때 겨울은 더 이상 춥지 않다. 훈훈한 계절로 바뀐다. 물질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때 세밑은 한층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그 사랑 나누기에 모두가 참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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