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금융재난’
한인경제도 충격파 지속
올 한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였다.
미 부동산 경기 하강에서 비롯된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는 과거 반세기 동안 발생한 최대의 금융 재난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크레딧 기록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지난 2001~2002년만 해도 미 전체 모기지 시장의 비중은 10% 미만이었으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 지난해 21.5%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주택시장 호황을 틈탄 무자격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에서 터져 나왔다. 주택시장이 주춤해지면서 이들의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렌더들의 줄 파산이 이어졌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허리케인이 몰아치자 전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신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주식과 외환시장 등은 요동쳤다.
경제 피해 규모도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미 금융당국은 초기만 해도 손실액을 500억 달러로 추산했으나 최근 1,5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이보다 2~ 3배 많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금융과 부동산 등 관련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브프라임 렌더들의 대량 감원과 대출 중단은 물론 메이저 은행들마저 금고를 굳게 닫으면서 유자격 바이어들조차 주택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어졌다. 여기다 변동금리로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이자율이 상향 조정,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이 늘어나면서 주택 차압 사태가 속출했다. 급기야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규모 주택차압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에 대해 5년간 금리 동결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 주택시장은 지난 16년 사이 최악의 침체를 맞았으며 이로 인해 내년 부동산 시장에서 1조2,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인경제도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에 따라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지 못해 차압되거나 급매물로 나오는 한인 부동산도 크게 늘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LA 등 남가주 4개 카운티에서 지난 1년간 차압당한 한인주택은 2,500채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한인부동산업계는 특히 지난 몇 년간 여러 채의 주택을 투자용으로 무리하게 구입했던 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등 한인 시장의 거품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융자 업계의 경우 감원, 폐업이 속출했으며 그나마 영업 중인 업체들도 심각한 운영난으로 개업 휴점 상태다.
서브프라임으로 야기된 모기지 부실은 다른 금융시장에도 뇌관이 되고 있다. 이미 자동차 융자와 학생융자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비롯 지금처럼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경제가 악화될 경우 크레딧카드 등 다른 금융 분야에서도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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