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민 1 세 율링 과오(왼쪽) 씨가 아시안어메리칸센터 지수예 총무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숙자 처지에서 한인 비영리단체의 재정지원에 의지해 겨우 하루하루 삶을 연명하던 한 중국인 이민자가 5 년 만에 재기에 성공, 그 비영리단체의 든든한 후원자로 멋지게 변신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한인사회에 잔잔한 감동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공인 세무사 사무실에서 재정 전문상담가로 일하고 있는 중국인 이민 1 세 율링 과오(48) 씨.
그는 지난 5년 전인 2002년 당시까지만 해도 수면제가 없으면 단 한시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피폐하고 물질적으로도 ‘바닥’의 삶을 살던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비련의 주인공 처지였다.
동부의 한 대도시에서 평범한 중산층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영유했지만 급작스레 삶의 안식처로 기쁨이 돼 주던 남편의 외도로 인해 결국 2002년 12월 중순에 쫓기듯 13살과 8살인 아들, 딸과 함께 애틀랜타로 무작정 이주해 버린 것이다.
하룻밤 지낼 여관비조차 수중에 없이 애틀랜타에 도착한 첫날 그는 뼛속까지 시린 바람을 참아가며 두 자녀를 품안에 넣고 다운타운 인근의 한 고가도로 밑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가까스로 노숙자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여성전용 쉘터로 들어가게 된 과오 씨.
그리고 곧이어 몇몇 한인의 도움으로 애틀랜타지역에서 아시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아시안어메리칸센터(AARC)의 지수예 총무를 소개받기에 이른다.
과오 씨는 하루아침에 노숙자 처지에 놓이게 된 것도 그렇지만 특히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눈이 붓도록 울고 또 우는 아이들을 아무 대책 없이 지켜봐야했던 무능한 엄마로서의 현실이 못으로 심장을 후벼 파듯 아픔으로 느껴졌다고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감사하게도 몇몇 한인들의 도움으로 AARC 지수예 총무를 만나게 됐고 사정이야기를 접한 지 총무의 도움으로 결국 자립할 때까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지원 이래봤자 3식구가 생활하기도 힘든 미미한 정도였지만 당시에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크나큰 위로와 힘이 됐다면서 어려움에 직면해본 사람들은 어떤 심정인지 알거라고 전했다.
과오 씨는 지난 5년 동안 불행한 처지에 굴하지 않고 미래의 소망을 간직한 채 열심히 삶에 임했다.
그리고 늘 상 힘든 노역의 삶 속에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던 그에게 결국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찾아온다.
목표로 하던 재정전문 상담 자격증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직장까지 동시에 구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넉넉한 돈은 아니지만 알뜰살뜰 매년마다 조금씩 수입의 일부를 저소득층을 위해 운영되는 비영리기관에 후원금으로 내놓고 있다.
힘든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공부한 결과로 현재 조지아공대에 다니고 있는 큰 아들의 등록금 대주기도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절대 절명의 순간에 받았던 아름다운 도움의 손길에 대한 보답을 꼭 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서기 때문이다.
본보와 가진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주위를 유심히 보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제법 많다. 조금만 도와줘도 그들에겐 아주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며 베푸는 삶을 강조했다. <김선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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