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국의 아름다운 해안이 검은 기름에 잠겨 신음하고 있다. 만리포와 천리포 등 이름만 들어도 그리운 바닷가를 안고 있는 충남 태안의 원유유출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재난의 규모는 엄청난데 되살려낼 복구작업은 별 진전이 없어 보인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TV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재해현장은 바다 건너 우리들의 가슴까지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다. 푸른 바다와 흰 백사장을 순식간에 뒤덮은 기름덩어리는 유화제로 제거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1만6천여명의 군·경·민간인이 동원되어 해상과 해안에서 1주일째 기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절경을 자랑하던 1,300리 해안은 여전히 시커먼 기름밭이다.
생태계 파괴에 못지않게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곳 주민들의 절망과 아픔이다. 그들은 지금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쓰레받기와 바가지와 국자를 들고 기름을 퍼내고 있다. 70대 노인까지 일일이 손으로 기름을 닦아내느라 허리 펼 겨를조차 없다. 그나마 기름을 닦아낼 흡착포가 동이 나 헌 속옷을 찢어 자갈 하나하나를 닦아내고 있다. 손으로 닦아내는 것이 원시적이긴 해도 가장 궁극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재법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다행히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기업과 단체와 시민과 학생들이 기름밭으로 달려와 장갑을 끼고 주민들을 돕고 있다. 10년전 겨울 중유유출 재난을 당했던 일본의 해안마을이 전국 30만명의 자원봉사로 4개월만에 복구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상기시키며 주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주는 동포애에 미주한인들이라고 남일 수는 없다. 재해를 당한 태안 주민들의 아픔은 우리에게도 아픔이다. 지금 재해지역엔 모든 것이 부족하다. 일손도 더 필요하고 흡착포 등 물품과 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기름에 덮인 양식장과 바다에 생업을 걸었던 어민들의 생계도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평소 자료정리에 익숙치 못했던 영세어민들은 정부로부터 배상받을 길조차 막막하다는 보도도 전해진다.
본보는 한인회, 교회협의회, 충청향우회 등 단체들과 함께 서해안 살리기 성금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고국의 바다와 어민들이 절망을 딛고 재기하는데 우리도 따뜻한 정성을 보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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