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제17대 대통령 당선자는 워싱턴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는 1998년 11월부터 다음 해 12월까지 조지 워싱턴 대에서 객원 교수로 있으면서 워싱턴 한인들과 깊은 교분을 맺었다. 당시 이 당선자는 96년 총선에서 이종찬, 노무현 후보 등 강적들을 제치고 국회의원이 됐으나 부정선거로 인한 당선 무효 결정으로 정치적 시련기에 직면했다. 의원직을 상실한 그는 워싱턴 유학을 통해 정치적 재기의 길을 걸었다.
일종의 정치 낭인의 길을 그는 골프로만 허비하는 대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국가 경영을 위한 지식 축적의 기회로 삼았다는 게 그를 지켜본 지인들의 증언이다.
이 당선자의 유학을 주선한 박윤식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의 모든 지위를 버리고 철저하게 공부하는 학생 신분으로 지냈다”며 “기업과 국가경영을 주제로 한 강의실을 찾아다녔고 싱크탱크의 세미나마다 찾아다니며 새로운 지식과 세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되돌아봤다.
박 교수는 이어 “어떤 세미나에서는 이 후보가 영어로 한국 기업 이야기를 하면 한강의 기적 주역이라는 점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학업의 한편으로 신앙생활도 열심이었다. 장로 신분이었던 그는 권사인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주일이면 비엔나의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 출석했다. 이 목사는 또 교회가 추진해온 컬페퍼 기도원 건립과 관련 이 당선자의 황소 같다는 추진력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한다.
“그분이 기도원 건립에 관심을 갖기에 1시간30분 동안 차를 운전해 건립 예정지를 함께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분이라 그런지 부지를 직접 둘러보고 건물이 세워질 방향까지 지적해줬습니다. 귀국 전에는 건립 헌금까지 낼 정도로 열성을 보였습니다. 워싱턴에 일시 체류하는 분이 그런 열정을 가진 게 놀라웠습니다.”
비록 1년 수개월의 길지 않은 워싱턴 생활이었지만 이 당선자는 서민적인 생활 모습으로 지인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원상 목사는 “그분이 맥클린의 베버리 아파트에 머물 때 심방을 간 적이 있는데 상당히 서민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모습이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부인도 밝고 긍정적이며 사람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분으로 기억된다”고 회상했다.
의사인 윤흥노 고려대 교우회 회장도 이 당선자와 각별히 교유한 사이로 그의 진면목을 지켜봤다. 윤 회장은 이 당선자의 고려대 3년 후배인데다 같은 교회의 구역모임에서 수시로 가까워졌다 한다.
윤 회장은 “이 당선자는 대인관계가 좋아 식당에 가도 금세 종업원들과 친해지는 등 친화력이 뛰어났다”며 “함께 대화하다보면 남들이 생각 못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특출한 경제 감각을 갖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 시기 이 당선자는 이미 국가 운영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윤 회장은 증언했다.
“한번은 우리 부부와 이 당선자 부부가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선배님이 무심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을 잘 살 수 있게 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 후 그 얘기를 스무 번도 더 들었습니다. 아마 그 정치적 실의의 계절에도 좌절하지 않고 국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설계하고 있었던 겁니다.”
1년여의 워싱턴 체류를 끝낸 이명박 당선자는 귀국 후 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서울시장 재임 중에는 워싱턴 D.C.와 자매결연을 맺는 등 워싱턴과의 깊은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워싱턴에서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대선 고지에 올랐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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