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밀월 관계가 도래할 것인가. 노무현 현 정부와 외교적 컬러를 달리하는 이명박 체제의 개막으로 한미관계의 새 기상도가 주목받고 있다.
적어도 이명박의 당선 이후 양측의 얼굴에는 화색이 도는 중이다. 불신의 코드로 삐걱거리던 불협화음이 새 전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차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그동안 안보와 경제 등에서 미국의 전략적 지위와 가치를 인정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큰 틀의 정책적 방향을 밝혀왔다. 손상된 한미관계 복원에 외교적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참여정부의 어정쩡한 대미 노선 대신 분명한 친미적 노선을 표방한 이명박 당선에 냉랭하던 워싱턴의 기류는 ‘이심부심’(이心부心)의 웃음을 흘리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대선 직후 전화로 당선을 축하하며 연서를 띄웠다. 국무부는 하루 앞서 발 빠르게 환영 성명을 냈다. 내년 2월25일 열릴 이 당선자의 취임식에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파견하기로 한 것도 호의로 읽힌다.
부시 대통령은 초청장도 건넸다. 취임 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당선자의 답은 당연히 오케이! 였다.
미국은 물론 충고도 잊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 당선자는 북한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자세를 지켜야 한다. 나는 이 당선자와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장차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공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에 보낸 워싱턴의 메시지는 대북정책에서 전략적 이견을 용납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한미관계는 신 정부 출범 후 내년 상반기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측은 내년 1월과 2월 특사를 워싱턴과 서울에 보내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등 양국 현안에 대한 사전조율을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미 관계는 가속도를 내는 가운데에서도 몇 가지 파고를 넘어야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존재다. 당장 민주당 핵심들은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을 반대하며 이견을 내고 있다. 12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이명박 정부와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한다면 현 공화당 정부와의 밀월관계는 의외로 짧아질 수 있다. 백악관의 눈치를 봐가면서도 민주당 노선과의 줄타기를 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북한이란 변수다. 이 당선자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선 북핵 폐기와 후 남북 교류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또 북핵 폐기에 있어 6자회담을 통한 국제공조를 통한 해결이란 방식을 중시하는 입장을 취했다. 미국의 북핵 로드맵에 동의서를 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당선자의 친미적이고 상호주의적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경우 북한은 한미 간의 틈을 벌이고 신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외교적 선택에 의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명박 정부는 되돌리기 힘든 남북 화해의 진전과 대미 관계라는 우선 순위의 딜레마 속에 빠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한미 간 국익의 충돌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 당선자가 표방한 실용주의 노선은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주한 미군기지 반환 협상 등과 마주하고 있다. 또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강요, 졸속 추진이라며 국내의 비판이 점증하고 있는 한미 FTA란 난제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같은 동맹 관계와 국내적 이해가 상충하고 있는 현안들이 실용노선을 추구하는 신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숱한 변수들 속에서도 손상된 한미 관계는 복원과 발전의 궤도를 타고 근본적인 협력의 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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